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당시 지지 의원이 1명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의 경선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야권에서 그 당시와 같은 '깜짝 후보' 가 나타날 수 있을까.
올해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기존 대선주자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차차기 대선 도전을 검토하던 젊은 주자가 이번 대선에 긴급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주변에서는 4•11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40.4%의 득표율로 낙선한 김부겸 최고위원을 우선 떠올린다. 그는 2008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득표율 33.6%)나 이번에 광주 서을에 도전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39.7%)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얻어 선전했다. 1998년 서울 종로 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 때 사지(死地)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실패하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모델의 재현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486 그룹이 그간의 '심부름 정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대표 주자를 이번 대선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486세대가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1970년대 초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후보가 내건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인영 우상호 당선자 등이 486 그룹의 대표 주자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광역단체장 중 486세대인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안 지사는 친노 진영 차세대 그룹의 선두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같은 친노 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비리 의혹 폭로에 앞장서 온 박영선 전 최고위원이 대선의 여여(女女)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도전할 수도 있다. 야권의 '충청 맹주'로 떠오른 이해찬 상임고문의 대선 출마 가능성도 당내 일부에서 거론됐으나 이 고문은 이를 부인했다.
당 밖의 인사로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방식으로 치러지면 조 교수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야권에 유력 대선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주자가 갑자기 나타나 새 바람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동안 거론되자 않던 일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해 승부를 가르는 변수 역할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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