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내용에서 이기고 결과에서 졌다'는 표현이 종종 사용된다.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에서 첼시(잉글랜드)에 0-1로 진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그랬다.
바르셀로나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볼 점유율에서 8대 2 정도로 앞섰고 상대보다 무려 여섯 배 많은 슈팅(24-4)을 기록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볼을 독점하고 맹공을 펼쳤지만 첼시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게리 케이힐, 존 테리, 애슐리 콜 등 첼시 수비수들은 몸을 던지는 육탄 방어로 바르셀로나의 맹공을 막아냈다. 바르셀로나는 두 차례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9분 알렉시스 산체스가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빙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렸고, 종료 직전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땅볼 슈팅은 오른쪽 골 포스트에 맞았다. 굴절된 볼이 세르히오 부스케츠 앞에 떨어졌지만 슈팅이 허공을 갈랐다.
UEFA 챔피언스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 경신에 도전한 메시는 일곱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선제골의 빌미마저 제공하며 '당대 최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전반 종료 직전 하프라인 근처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던 메시의 볼을 프랭크 램파드가 빼앗아 하미레스에게 연결했고 디디에 드로그바의 슈팅이 골 네트를 갈랐다. 첼시가 이날 기록한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메시는 2004년 데뷔 후 첼시를 상대로 골을 터트리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메시는 UEFA 챔피언스리그 67경기에서 51골을 뽑아냈지만 첼시와의 7경기에서는 득점 없이 도움 1개 만을 기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와 첼시의 4강 2차전은 25일 오전 캄프 누에서 열린다. 첼시는 비기거나 득점을 하며 한 골 차 이하로 패배하면 결승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18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1-2로 진 데 이어 바르셀로나마저 첼시에 패배, 22일 오전 3시 캄프 누에서 열리는 양팀의 2011~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4라운드 맞대결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뒤집기를 노려야 하는 양팀이지만 22일 숙명의 대결에 일단 혼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승점 85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바르셀로나(승점 81)를 완전히 따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막바지 외나무 다리에서 펼쳐지는 원수 대결에서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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