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철도노조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하고 나섰다. 하필 서울 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요구로 ‘사회 인프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커진 상황이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1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수서발 KTX 운송사업 제안요청서(RFP)’정부안을 발표했다. RFP는 2015년 개통예정인 KTX 서울 수서∼부산ㆍ목포 구간을 운영할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국토부의 RFP안은 “KTX를 민영화하겠다는 것”, “대기업 특혜”, “요금이 인상될 것”등 민영화 반대진영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우선 민자사업인 9호선과 달리 영업만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라 민영화가 아닌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취지로 수서발 KTX는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되는 민간사업자에게 정부가 15년간 선로를 임대해 주고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의 대기업의 참여지분을 49%로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결국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대기업이 장악하는 구조인데, 지분을 50% 밑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게다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구축한 고속철도 영업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것 자체가 컨소시엄이 인프라건설에 투자한 메트로 9호선 민영화보다 더 큰 특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민간에 운영권을 맡기면 KTX 서비스가 개선되고 요금도 인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요금을 코레일보다 낮도록 명문화해 코레일 대비 20% 낮춘다는 계획이다. 선로 임대료도 현재 코레일이 내고 있는 운송수입 보다 9% 이상 많은 40%이상을 징수할 방침이다. 또 운영수입을 보장하지 않아 다른 민자사업과 차이를 뒀다.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은 “9호선 운임은 신고제이지만 KTX는 상한제여서 임의로 요금인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대여론을 고려해 이달 중 공고를 내고 상반기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7, 8월까지 늦추기로 했다. 주성호 제2차관은 “철도노조 등에서 정부 정책을 왜곡하는 사례가 발생해 바로잡는 차원에서 정부안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금 더 보완해 최종안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가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철도노조는 파업을 앞세우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공공재산인 철도를 헐값에 특정 기업에 팔아 넘기기 위한 수작”이라며 민간 개방에 반대하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20일까지 벌이고, ‘KTX 민영화 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와 함께 24일 100만인 반대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500원 요금인상을 공고한 9호선 사태가 KTX 민영화의 미래”라며 “재벌특혜, 서민부담 증가, 공공성 파괴가 명확한 KTX 민영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계속 추진하면 전면 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8일 “서울시 메트로 9호선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민자사업으로 밀어붙인 것이며 전기, 통신, 철도와 같은 기간산업 민영화는 요금폭탄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이 총선 전에는 표를 의식해 총선 뒤 논의하자 했는데, KTX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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