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늘부터 공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와 불만이 적지 않다. 공개 내용은 1월 18일~2월 20일 전국 초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 학생 559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전수조사 결과이며, 학교명도 밝혀 학교폭력 정도를 비교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학교들은 설문조사 자체의 기술적 문제점과 통계의 착시 등으로 결과가 왜곡되는 바람에 '폭력학교'라는 공연한 낙인이 찍히게 생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전체 응답자 139만명 중 12.3%가 최근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했고, '학교에 일진 또는 폭력서클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23.6%라는 총론이 발표될 때만 해도 반발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각 학교가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학교 반응을 취재한 데 따르면 '폭력 상황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왔다'거나 '교과부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응답을 유도한 학교의 응답률이 높아 오히려 그러지 않은 학교보다 폭력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항변이 많았다.
일진 인식 비율이 50%에 육박한 학교의 교장은 "사소한 것들이다. 큰 사건도 없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교장은 "설문조사라는 게 엉터리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라고 했고, 또 다른 교장은 용변을 보는 학생에게 밖에서 문을 열라며 밀치는 과정에서 이마가 찢어진 사건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는 설문조사에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일부 학교에 억울한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점도 우려한다. 이런 점은 향후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사결과를 애써 폄하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소한 일, 있을 수 있는 일, 과장된 일 정도로 학교폭력 문제를 안이하게 보는 교사와 학교의 시각을 바꾸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다. 각 학교는 '낙인효과'를 꺼리기보다는 진지하게 조사결과를 참고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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