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또는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졌다. 참패는 아니지만 완패했다. 패인을 놓고 여러 말이 있지만, 민주당은 민주당 때문에 졌다. 새누리당 때문에 진 게 아니다.
민주당이 '야권통합'으로 통합 야당이 되던 1월 무렵 제1당은 물론, 과반 의석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누리당은 120석은 고사하고, 100석도 어려울 지 모른다는 비관적 상황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두어 달 동안 거대 반전이 있었던 거다. 이 반전과정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여기에 유용한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완승은 새누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민주당이 못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다. 두 당 다 잘한 건 아니었다. 다만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덜 잘못했다. 민주당이 더 잘못했던 거다.
모든 선거는 정치와 정책으로 치른다. 정치는 무비용이고, 정책은 고비용이다. 정치는 비타산적 감동을, 정책은 타산적 '선동'을 기대하며 내놓는다. 정책면에서는 두 당 다 엇비슷했다. 다만 정치에서 새누리당이 앞서면서 더 나은 감동을 줬다. 일례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만족 여론이 50~60%였던 데 비해, 민주당이 공천 잘했다는 여론은 10~20%였다. 민주당은 고비용 정책에서만 요란했지 돈도 안드는 정치에선 감동을 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치에서 졌다.
민주당의 잘못은 민심을 척도로 삼지 않고 자신들을 척도로 삼았던 데 있다. 모바일 경선 선거인단 모집 때 바닥이 불만으로 요동칠 때 지도부는 '선거혁명'이라며 민심을 일축하거나 경멸했다. 공천에 대해서도 특정 계파와 현역 독식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용민 막말 파문 때도 국민정서는 분노했건만 당은 침묵하거나 대중의 '편협'을 냉소했다.
민주당 공천자였던 내 눈에도 2, 3, 4월의 민주당은 '위험한 확신범' 같았다. 자기 가치에 대한 과도 집착으로 여론 따위는 안중에 없는 충혈된 눈빛의 확신범들처럼 보였다. 민심이 서서히 식으며 곁을 떠나는 게 눈에 보였다.
정치의 유일 척도는 국민이다. 선거의 유일 척도는 민심이다. 민심이라는 '시장'의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와 정당은 오답(誤答)이다. 선거에서 민심은 틀렸을지라도 옳다.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워낙 컸기에 이 정도 의석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명박 심판'이라는 독립적 호재가 없었더라면 참패할 수도 있는 선거였다. 이 점에서 앞으로 8개월 더 MB 정권이 있어준다는 건 '다행'이지만, 민주당의 '대중 깔보기' 정치가 계속된다면 총선 완패는 대선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 'MB 변수'만으로 승리할 순 없다는 게 이번 총선의 교훈이다.
선거는 늘 국민분노로 가는 쪽이 지고, 국민감동으로 가는 편이 이긴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치(당과 국회)적 자기개혁 '상품'을 시장에 내놓느냐에 따라 감동도 분노도 모두 가능하다.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먼저 탐욕과 거드름과 특권과 기득권을 가차없이 내려놓고, 국회를 '헌법기관'이 아닌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시키며, 철저히 '국민고객'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국민은 감동으로 화답할 거다. 이런 일들은 재원도 필요없는 무비용 상품들이다. 국민감동은 고비용의 보편적 복지 공세에 있지 않다.
오늘 이 나라 민심은 자기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치세력과 정치인의 출현을 대망하고 있다. 이것이 연말 대선의 매치 포인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쳤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꿈꾼다면 민심을 가르치려 말고 '닥치고' 따라야 한다.
민심은 양자택일한다. 여야 중 택일하고, 감동과 분노 중 택일한다. 그래서 민심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민심의 편이냐 아니냐다.
황주홍 전남 장흥 강진 영양 국회의원 당선자·전 강진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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