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 수술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순환기 관련 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 마련된 '카바수술 전문가 토론회'에서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CARVAR, 이하 카바수술)'을 놓고 찬반 양측이 치열한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카바수술이 판막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주장과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박은 6년째 평행선을 달려왔다.
토론회에 앞서 논란의 주인공이자 카바수술 개발자인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18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환자들은 결국 원하는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Q. 토론회에서 새롭게 공개할 내용은 뭔가.
"대동맥 근부(판막과 붙어 있는 부위)의 미세한 움직임과 구조, 대동맥이 늘어지며 중간층 조직이 죽는 메커니즘 등 카바수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결과를 처음 내놓겠다. 지난해 12월 카바수술 관련 특허가 다 나왔기 때문에 이제 공개할 수 있게 됐다."
Q. 논문으로 발표해 학계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용이 너무 방대해 논문으로 다 쓰기 어렵다. 적어도 200편은 나올 거다. 그래서 책을 쓰고 있다. 오는 7월 카바수술의 모든 걸 담은 의학서적을 낼 예정이다."
Q. 환자에게 적용하기 전 동물실험은 왜 안 했나.
"의사가 고안한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선 원래 제도적으로 동물실험이 필요 없다. 다만 그 수술법에 쓰이는 재료에 대해선 실험이 필요하다. 카바수술 재료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이 인정하는 해외기관에서 동물실험을 비롯해 필요한 임상시험을 모두 거쳤다."
대한심장학회와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카바수술이 임상시험이나 논문 등 학계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Q. 카바수술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수술사망률(수술 시작부터 수술 후 30일 안에 사망한 비율)이 보여준다. 2007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대동맥판막질환으로 카바수술을 받은 399명 가운데 사망자가 없었다(0%). 같은 기간 대동맥판막질환과 함께 관상동맥(심장을 둘러싼 동맥)질환이 있던 33명에선 2명(6%)이, 대동맥 근부질환이 있던 219명 중엔 5명(2.2%)이 수술 후 사망했다."
Q. 기존 인공판막치환술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미국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대동맥판막질환으로 인공판막치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사망률은 4.3~7.5%다. 관상동맥질환이 함께 있던 경우는 7.6~12.3%다. 우리나라는 잘 해야 이와 비슷한 수치다. 같은 조건에서 카바수술은 각각 0%, 6%로 훨씬 안전하다."
Q. 카바수술이 인공판막치환술보다 낫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뭔가.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약을 안 먹어도 된다. 혈전(핏덩어리)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을 걱정할 필요도, 주기적으로 재수술할 필요도 없다."
기계판막을 넣으면 금속에 피가 부딪히면서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는 걸 방지하기 위해 수술 후 환자가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다. 조직판막은 대부분 약 10년마다 재수술을 한다.
Q. 카바수술 후 재수술한 환자도 적지 않다.
"물론 있다. 특히 1997~2007년 환자에서 많았다. 311명 중 23명(7.3%)이 재수술 했다. 그러나 개발 초기의 문제였다. 재수술 사례에서 분석된 문제점들을 찾아내 보완한 게 바로 현재의 카바수술이다. 2007년 이후의 재수술률은 인공판막치환술보다 낮다."
논란은 송 교수가 2007년 3월 카바수술을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신의료기술은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학계 논란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6월 14일까지 비급여로 하고(환자가 재료비 전액 부담)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 후 다시 평가하기로 했다.
Q. 주식을 보유한 회사(사이언시티)가 만든 재료를 수술에 써 윤리 논란도 있는데.
"개발 과정에서 투자 의미로 받았다. 사회에 내놓을 생각이다. 기존 수술법에 쓰이는 인공판막은 대부분 비싼 수입품이다. 이제 국산 재료를 써야 하지 않겠나."
Q. 신의료기술 인정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할 건가.
"판막성형술의 하나로 계속하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의에 따르면 판막성형술은 '대동맥 판막의 병소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기능적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카바수술 역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다. 수술비용은 비싸지만 약값이나 재수술비가 추가로 들지 않는 카바수술과 그 반대인 인공판막치환술 중 어떤 걸 택할지는 환자?몫이다."
워낙 찬반이 팽팽해 이번 토론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료계는 보고있다. 반대 입장의 발제자로 나서는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학계에서 반대하는 카바수술이)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전국에서 카바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송 교수를 포함해 6명 정도다.
●카바수술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심장 판막 수술법. 심장과 연결된 혈관 테두리에 특수 고리를 대고 소나 돼지 심낭(심장을 싸고 있는 막)으로 만든 조직판막을 손상된 판막 부위에 붙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삽입된 조직판막은 남은 정상 조직과 융합된다. 판막 전체를 제거하고 기계판막이나 조직판막으로 대체하는 기존 수술(인공판막치환술)과 달리 손상되지 않은 원래 판막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송 교수는 주장한다. 반면 학계에선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거세게 반대한다. 지금까지 1,027명이 송 교수에게 이 방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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