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이명박 정부 비판과 4대강 사업 반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교사의 정치적 집단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로, 향후 진행될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등 84명이 같은 사안으로 기소돼 1,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국가공무원법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대전지부장 이모(5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전교조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 김모(53)씨와 사무처장 오모(40)씨도 벌금 70만원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교원인 피고인들이 다른 전교조 간부들과 공모해 1, 2차 시국선언을 기획하고 적극 주도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신뢰를 침해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데 대해서도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은 2009년 6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를 주도하고 미신고 옥외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이씨에 대해서만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데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 판결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판결에서 전체 13명의 대법관 중 5명이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내 논란의 불씨는 남게 됐다. 2차 시국선언에 한정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대의견을 낸 1명의 대법관까지 포함하면 유죄 판단은 7대 6의 근소한 차로 결정됐다.
박일환, 전수안, 이인복, 이상훈, 박보영 대법관은 "국민 전체의 이익 추구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행위일 때 국가공무원법 위반 행위로 봐야 하는데 1, 2차 시국선언은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개선을 요구하는 표현의 자유 행사"라는 의견을 냈다. 신영철 대법관은 "2차 시국선언은 참여 교사에 대한 정부의 형사고발 철회 등을 요구한 통상적인 수준으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전수안 대법관은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위험 발생의 개연성만으로 해산 명령을 내린 데 불응한 것을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의견을 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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