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5개 부처 합동으로 종합 유가 대책을 내놓았다.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이라는 이름 그대로 경쟁 촉진과 유통 비용 삭감을 통해 유가 안정을 꾀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4대 정유사가 분점해 온 휘발유 시장에 삼성토탈을 새로 참여시켜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정유사가 주유소에 전량구매 계약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여러 정유사 제품의 혼합판매를 활성화해 공급자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도 키워 올해 알뜰주유소를 전국 1,0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할당 관세와 석유수입 부과금을 면제하거나 환급, 전자상거래 수입물량을 크게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가 안정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충분히 엿보이는 대책이다. 그 동안 핵심 대책이었던 알뜰주유소가 도매시장을 그대로 둔 채 소매 시장만 쥐어짜는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대책은 공급자 경쟁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다. 알뜰주유소에 신규 공급업체가 휘발유를 댄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 인하도 예상할 만하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을 보는 시장과 전문가들의 눈길은 따스하지 않고,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정도의 유가 인하 효과는 거둘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 대책의 기본 전제가 시장 현실과 적잖이 동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정부 뜻대로 공급자 경쟁이 이뤄지려면 신규 공급자인 삼성토탈이 싼값으로 많은 휘발유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특성상 불가피한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생각하면 좀처럼 낙관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더욱이 현재의 휘발유 가격 구조에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 및 유통비용이 전체의 6~7%에 지나지 않아 이를 아무리 줄여봐야 ℓ당 몇십원이 고작이다. 반면 유류세 등의 세금이 휘발유 가격의 47%를 넘고, 이 가운데 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한 탄력세율만 조정해도 ℓ당 200원 이상의 즉각적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세수 감소를 우려해 이런 알맹이를 일부러 빼놓은 다음의 대책이니, 처음부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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