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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좀 풀어주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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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좀 풀어주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폭발

입력
2012.04.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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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씨는 지난 10년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급전이 필요했던 지난 2002년 초,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일수대출로 100만원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 100일 동안 매일 1만3,000원(대출금리 연 200%)을 갚는 조건. 빌릴 땐 상환 부담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장사가 꼬여갔다. 연체를 하자 건장한 청년들이 가게를 찾아 욕설을 퍼부으며 상환을 요구했고, 지인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 빚을 정리하려 다시 사채를 썼고, 또 빚이 늘면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어느새 갚아야 할 빚은 2억원으로 불었다. 박씨는 “사채업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했다”며 “제발 내 한을 좀 풀어달라”고 울부짖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출범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피해자들의 신고가 쇄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진 불법사금융의 횡포에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A씨는 작년 6월 사채업자를 통해 9개월 약정으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받은 돈은 선이자 6,000만원을 떼고 남은 1억4,000만원. 지난 9개월 동안 선이자 포함 1억2,500만원을 갚았으나 원금 2억원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자제한법 상 최고인 30%를 훌쩍 넘는 80% 이상의 이자율을 적용 받은 것이다. 경남의 B씨도 사채업자에게 4년 전 1억3,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그가 지금까지 갚은 금액만도 4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여전히 채무가 남아있다는 사채업자의 으름장은 이어졌다. B씨는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다시 신고한다”고 말했다.

혹독한 채권 추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선이자 21만원을 공제하고 29만원을 빌린(대출금 50만원) C씨는 불과 20일만에 140만원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5,876%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도 원금은 살아있어 시도 때도 없이 협박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그는 “연체를 하니 사채업자가 10분 단위로 1%씩 이자율을 높이더라”며 “지인에게 겨우 돈 빌려 원금에 3배를 갚았는데도 원금은 그대로라며 협박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석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 팀장은 “신고 내용에 대한 분류 작업을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으로 전환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고센터 출범 이틀째인 19일 불법사금융 관련 신고 및 상담 건수는 오후 4시 현재 1,06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까지 접수건수(838건) 대비 27%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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