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과 환경단체가 한 판 붙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17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설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데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센터를 2년 연속 "가장 더러운 시설"로 선정했다.
그린피스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업체들의 친환경 정도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애플은 에너지 효율, 에너지 소비의 투명성, 에너지 시설의 위치,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률 등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애플은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 지난해 수십억달러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는데, 그린피스는 애플이 의도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지역을 입지로 선정했다고 보고 있다. 또 센터를 가동하려면 100㎿의 전력이 소요되며 그 중 재생가능 에너지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그린피스는 주장했다.
데이비드 포메란츠 그린피스 대변인은 "애플은 (친환경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 뒤떨어져 있다"며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삼는 기업이 구시대적인 구동방식을 택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애플은 그린피스가 보고한 수치가 잘못됐다며 즉각 반박했다. 애플 대변인은 "데이터센터를 완전 가동하더라도 20㎿ 밖에 소요되지 않고, 그 중 60%는 태양광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에 오리건주에 짓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는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과 그린피스는 오랜 앙숙 사이다. 그린피스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IT 업계의 대표격인 애플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애플은 무시와 반박으로 대응하면서도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하는 등 그린피스의 비판에 적잖이 신경 쓰는 눈치다.
그린피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20㎿만 소비한다는 건 믿을 수 없지만 애플이 마침내 전력량을 공개한 것은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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