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을 넣으면 될까요?" "선혈부분을 좀 더 빨갛게 하면 되요?"
일부 게임업체들이 게임의 연령등급을 높이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 상담한 실제 사례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게임업체들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가급적 순화했습니다. 게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은 역시 청소년들이니까, 그런 장면을 없애야 게임위로부터 청소년 이용가능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정반대입니다. 게임업체들이 오히려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게임 연령대가 높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20~30대 성인이용자들이 과거보다 많아지다 보니, 더구나 이들은 청소년보다 게임 아이템을 많이 살 만한 구매력이 있으니까, 이들을 겨냥한 게임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셧다운제입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입니다. 게임업체들로선 어차피 심야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청소년용 게임을 출시하느니, 차라리 폭력ㆍ선정적 장면을 더 넣어 셧다운 대상에서 제외되는 성인용 게임등급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올 들어 이렇게 등급상향을 게임위에 문의한 사례만 10여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일단 청소년 이용가능등급을 받았다가 폭력성이나 욕설을 추가해 등급분류를 다시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위측이 청소년 이용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왜 청소년 이용불가를 신청했냐고 업체에 물으면 어김없이 "셧다운제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청소년 이용가능등급 게임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셧다운제로 인해 아예 청소년 게임산업 자체의 씨 자체가 말라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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