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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다가 "쾅" 부메랑 맞은 車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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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다가 "쾅" 부메랑 맞은 車업계

입력
2012.04.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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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은 영업 이익을 얻기 위한 자동차 회사들의 비용 절감 시도들이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7일(현지시간) 지난달 독일 화학회사 '에보닉'의 공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진퇴양난에 빠진 채 우왕좌왕하는 세계 자동차 업계를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하나의 플랫폼(차의 뼈대)으로 여러 가지 차를 만들고, 여러 차종에 같은 부품을 쓰고, 물류ㆍ보관 비용을 아끼려고 재고를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던 탓에 역습을 당하고 있다는 것.

이날 미 디트로이트 20여 개 자동차 완성차 회사 및 부품 회사 관계자 200여 명이 에보닉 폭발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모임을 가졌다. 유럽 공장의 사고 때문에 수 많은 미국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진풍경이 일어난 이유는 다름아닌 'PA-12'라는 물질 때문이었다.

이 물질은 자동차의 연료 분사 장치와 제동 장치에 쓰이는 특수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재료. 전 세계에서 에보닉을 포함해 4개 회사만 이 물질의 원료인 'CDT'를 만들고 있다.

사고가 난 공장은 전 세계 공급량의 25% 가량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또 다른 제조회사 프랑스 아케마도 에보닉 공장에서 만든 원료 없이는 CDT 생산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결국 이번 폭발로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가까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이날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났다. 로이터 통신은 "남는 물량을 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PA-12를 대신 할 또 다른 물질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진퇴양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끼려고만 했지 위기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업계의 '비용 절감' 경영을 지적한다. 미 시장조사기관 알리스파트너스의 존 호페케 디렉터는 "위험에 대비하려면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비용이 들고 곧바로 차 값이 올라가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기업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해 돈을 쓰느니 당장 비용을 줄이는데 만 열심"이라고 지적했다.

PA-12처럼 특정 회사만 기술력을 갖고 있는 원재료는 대체물질을 통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 개발을 해둬야 하는데도 당장 돈이 든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해 버리다 낭패를 겪는 일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호쿠(東北部) 대지진 당시 독일 화학회사 머크(Merck)의 오나하마 공장에서만 유일하게 생산하는 '시랠릭(자동차 표면을 반짝거리게 하는 기능)'이라는 안료 생산이 멈추는 바람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3개월 동안 이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특정 회사로부터 대량 공급 받는 것도 적잖은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 지난해 피스톤 링의 국내 물량 중 70% 이상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만을 강조하다 보니 부품이나 원재료의 공급을 특정 회사에 의존하려 한다"며 "지난해 대지진, 태국 홍수 등을 겪은 후 공급선 다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말 뿐인 회사가 많았다"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 해당 업체에서 작은 공급 차질이 생겨도 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게 됐고, 결국 무리한 절약 경영의 부작용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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