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국회 폭력사태를 이제 안 보게 될까. 여야가'국회선진화법'이라고도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런 기대가 높아졌다.
17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제한하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허용하는 조항을 도입했다. 의사당 몸싸움과 폭력사태의 빌미가 됐던 다수당의 단독 의안 강행처리를 어렵게 한다는 취지다. 잘만 운용하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최루탄 투척 등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의식해 여야가 고심 끝에 내놓은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국회의장석 무단 점거 등의 행위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나 새해 예산안 본회의 자동회부 조항 등도 국회 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에 명기된 대로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 전인 11월 말까지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면 물리적 충돌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고질적으로 헌법상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던 악습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소수당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이를 넘어서려면 재적의원 5분의 3(181석) 이상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19대 국회 의석 분포로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요 법안들이 번번이 소수당의 지연 작전에 막히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국회의 생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사안이 그렇듯 제도와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설득과 양보, 타협의 정치력 문제다. 개정되는 국회법도 유연한 정치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사당 내 물리적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국회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더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국회 선진화의 핵심은 법과 제도 개정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한 발씩 물러날 줄 아는 정치력 발휘 여부에 달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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