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의 주주들이 경영진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었다. 17일(현지시간) 댈러스에서 열린 씨티그룹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 임금을 표결한 결과 주주 55%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번 표결은 최소 3년마다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도록 한 도드-프랭크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미국 금융권은 "월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판디트의 CEO는 지난해 연보으로 기본급 170만달러, 현금보너스 530만달러 등 총 1,500만달러(약 170억원)에 달한다. 판디트는 지난해와 2009년에는 금융 위기 해결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1달러의 연봉만 받았다.
씨티그룹 주주들은 판디트를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조언한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임원들의 높은 연봉은 금융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씨티그룹의 지난해 주가는 44% 폭락했다.
지난해 불붙은 월가 점령 시위도 실업률은 치솟는데 세금으로 살아난 금융기관들이 고액 연봉잔치를 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씨티그룹 역시 2008년 미국 정부로부터 45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았다.
제프리 손넨펠드 예일대 경영학교교수는 "이번 표결은 경영진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구"라며 "경영진은 보상에 대한 명확한 측정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주주들의 표결 후 "이사회가 주주 대표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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