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필요 없는 농업, 버려지던 부산물도 귀중한 자원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농업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됨에 따라 기업의 경영개념 도입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외국산 값싼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농가가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지도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서 5,960㎡ 규모 딸기농장을 경영하는 최낙근씨는 2008년부터 딸기를 흙에서 키우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허리춤 높이에서 딸기를 키우는 '하이 베드'(일명 고설) 시설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시설은 흙 대신 파이프를 통해 액체 영양분을 공급받는 배지(培地)에서 딸기를 키운다. 효과는 놀라웠다. 딸기 경작을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쭈그려 앉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돼 1,000㎡당 330만원인 연간 인건비는 165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었고 생산량은 1,000㎡당 2,900㎏에서 3,770㎏으로 30% 증가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하이 베드를 도입하면 밭에 심는 것에 비해 수확시간은 25%, 노동강도는 50% 감소한 반면 생산량과 소득은 2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더욱이 흙에서 수년간 농사를 짓게 되면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지만, '하이 베드' 방식을 도입하면 수확 후 배지를 햇볕이나 물로 소독하기만 하면 병해충 피해가 줄어들어 친환경 딸기 생산도 쉬어진다. 또한 쪼그려 앉아서 작업을 하면서 생기게 되는 각종 농부증(農夫症)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하이 베드' 방식을 활용한 딸기재배를 시범사업으로 선정했고 조만간 농식품부 시책사업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은 또 사료비 상승과 소값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는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그냥 버려지던 볏짚이나 콩껍질을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볏짚 등에 포함된 섬유질과 콩 껍질 속의 단백질 성분을 섞어 섬유질배합사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한우에게 이 섬유질배합사료를 먹인 결과 연간 10∼25%의 사료비가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사료를 먹인 결과 육질도 1+ 이상 등급 출현율이 44%에서 69%로, 1++ 이상 등급 출현율이 12%에서 39%로 대폭 높아졌다. 게다가 섬유질배합사료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깻묵이나 버섯부산물 등을 섞으면 사료비를 더 줄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역 특성에 맞는 부산물 활용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경기 광주시 등과 한우 섬유질배합사료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기술보급에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우리 농가가 값싼 외국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용을 줄이면서도 안전성과 영양 등이 뛰어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기술을 보급하는데 농진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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