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버스 좀 탑시다." "4대강(공사)에 빠져 죽은 장애인 이동권, 시민들이 살려주세요."
매주 목요일 전국 각지의 50개 버스정류장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이런 팻말을 손에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을 볼 수 있다. 지난 주까지 5차례 동시다발 정류장 시위를 펼쳤고, 19일 마지막 6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저상버스 확대 계획을 갈수록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 저상버스는 노약자나 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이다. 1976년 독일에서 개발돼 유럽 선진국 등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에 일반화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제1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2007~2011년)이 시행돼 저상버스 확대 계획이 정해졌으나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거의 진전이 없었다. 애초 목표는 2011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의 31.5%까지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12%에 그쳤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겨우 탈 수 있는 정도다.
정류장 시위를 기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7일 "참여정부는 저상버스 도입계획을 91.4% 이행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이행률은 고작 33%에 그쳤다"며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관련 예산을 크게 삭감시켜 장애인이동권이 4대강에 파묻혀버렸다"고 규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5일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2012~2016년)을 발표했는데 1차 5개년 계획에서는 2013년까지 50%였던 것을, 2016년까지 41.5%로 후퇴시켰다. 전장연은 "2016년까지 저상버스를 50%까지 확대하라"며 5개년 계획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장애인의 날(4월 20일)'에 대한 거부의사도 밝혔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애초 '재활의 날'에서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이 좀 더 재활해서 비장애인처럼 되도록 노력하라는 왜곡된 정부 정책이 반영된 날"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매년 정부의 장애인의 날 행사에 대응해 별도의 '장애인차별철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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