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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壽 맞은 '유기농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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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壽 맞은 '유기농 아버지'

입력
2012.04.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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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가르침에 순응하는 농부의 삶을 살기를 바라셨던 선생님 가르침대로 앞으로도'생명존중'과 '평화'를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원경선 풀무원 원장의 99세를 축하하는 백수연(白壽宴)에서 전성은(68) 전 거창고 교장은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며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휠체어에 의지해 이를 듣던 원 원장은 눈을 맞춘 채, 함께 늙어가는 제자를 또렷이 바라봤다. 백발, 깊게 패인 양 볼과 검버섯이 '생명농부'로 한 세기를 살아온 그의 삶을 말해주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 공동체를 꾸려 사람의 온기를 심어온 원 원장의 삶은 매번 땅과 함께였다. 지난 1941년 평안남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여섯 살 때 농부의 길에 들어선 뒤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 경기 부천시에 땅 1만여 평을 마련해 풀무원 공동체를 세웠다. 전쟁 고아를 비롯,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모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공동체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 원장은 1976년 경기 양주시로 자리를 옮겨 국내 최초로 유기농 농법을 시작한다. 정부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을 권장했지만 "먹는 것에 독을 뿌릴 순 없다"며 친환경 농사를 고집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자리잡은 7만 여평 짜리 풀무원 유기농 농장과 6,000여평의 '평화원 공동체'는 원 원장이 이뤄낸 대표적 결실. 그는 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1981년 서울 압구정에 풀무원 식품의 모태인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낸다.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자식들. 특히 첫째 아들이자 풀무원 설립자인 원혜영 의원은 회사의 기초를 탄탄히 다졌고 이후 풀무원은 현재 연 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한국대표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섯째인 원혜덕씨 또한 원 원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재 유기농법을 연구하고 있다.

'농사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과 같다'는 철학을 가진 그는 교육 환경 분야로도 외연을 넓혔다.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환경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 유기농 운동을 알렸고 이후 2009년부터는 풀무원 농장에 평화 공동체를 세워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원혜영 의원 등 2남5녀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세균ㆍ이미경 의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각계인사 300여명이 참석해 평생 농부의 백수를 축하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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