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대선 체제로 돌입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쥘 제3지대 후보가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부터 선거 구도는 줄곧 '2강+∝'를 이뤄왔다.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1명 또는 2명의 제3 후보(∝)가 추격하는 구도였다. 역대 제3후보들은 15~20%대의 득표율을 올리며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제3후보가 승패를 결정한 것은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이었다. 이 선거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9만557표(1.6%) 차이로 누르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제3후보였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492만여표(19.2%)를 얻으며 보수표를 갈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16대 대선도 사실상 제3후보가 승패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7만980표(2.3%) 차이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제3후보로 뛰었던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가 주효했다. 그 해 10월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정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응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뒤바뀔 수 있었다.
민자당 김영삼 후보와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4대 선거에서도 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388만여표(16.3%)를 얻으면서 보수표를 분산시켰지만 승패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사상 최대인 530만여표 차이로 누른 17대 대선(2007년)에서도 제3후보인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355만여표(15.1%)를 얻었으나 승패에 미친 영향력은 미미했다. 이 선거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함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각각 5.8%, 3.0%의 득표율을 올리며 제3후보로 뛰었다.
18대 대선에서도 제3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높다. 대선 출마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끝까지 제3지대 후보로 남는다면 선거 승패를 결정적으로 가를 제3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3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에 안 원장이 독자노선을 고수할 가능성은 낮다.
안 원장이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동참하거나 민주통합당 후보가 될 경우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2강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보수 두 진영이 총결집할 가능성이 높은 올해 대선에서는 1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는 제3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이 초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3~10%가량 득표할 수 있는 제3후보가 나와도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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