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로구청이 이 동네를 '세종마을'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해 분란을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에서 21일 열리는 '제4회 청운효자동 벚꽃축제' 추진위원인 변민숙 마을공동체 품애 대표는 "축제 이름을 '세종마을 벚꽃축제'로 바꾸라"는 종로구청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났다. 변 대표는 "경복궁 서쪽 마을이라는 뜻의 서촌이나 종로구청이 지정한 세종마을을 축제명에 넣으면 각각의 이름을 지지하는 주민들 간 갈등만 커질까 봐 일부러 청운효자동을 쓰기로 한 것"이라며 "주민들이 준비한 축제까지 구청이 일방적으로 정한 동네 이름을 써야 하느냐"고 말했다.
서울 경복궁 서쪽 청운효자동 옥인동 사직동 등이 최근 동네 이름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5월 종로구청이 이 일대를 통칭해 온 서촌 대신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쓰자는 선포식을 하면서부터다. 종로구청은 2010년 세종마을가꾸기회가 "통인동이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니 이 일대를 세종마을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선포식 이후 서촌을 세종마을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네 이름은 자연스럽게 불리는 것이지 구청의 강요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통인시장 서쪽 입구에 있던 정자를 허물고 새로 지을 정자 이름이 세종마루가 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지난 1월 공모에선 통인정이란 이름이 금상을 받았지만 구청 쪽이 이를 뒤집고 은상을 받았던 세종마루로 확정한 것. 종로구청 측은 "2월과 3월 진행한 주민 선호도 조사에서 세종마을 선호도가 48%로, 통인정(41%)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등 세 곳에 판을 설치해 놓고 행인들이 선호하는 이름에 스티커를 붙이게 한 주민 선호도 조사 형식은 신뢰도가 낮아 문제가 됐다.
누상동 토박이이자 동네 소식지인 '서촌라이프'를 만들었던 설재우(32)씨는 "주민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수가 서촌이라는 이름을 잘 쓰고 있는데 구청이 느닷없이 새 이름을 밀어 붙이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종마을가꾸기회와 종로구청 측은 "서촌은 사료상 정동 일대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며 "세종대왕이라는 위인의 이름을 붙여 동네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은 5월 '세종마을 선포식 1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세종마을 안내 표지판 세우기, 홍보 책자 배포 등을 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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