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우케미칼은 세계 석유화학업계 2위 업체. 하지만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앞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다우케미칼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일로노이 찰스턴 ▦ 포르투갈 에스타레야 ▦헝가리 발라톤푸즈포 ▦네덜란드 테르노젠 ▦브라질 카마사리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5개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발혔다. 다우케미칼은 이를 통해 1,0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과 철강, 해운, 자동차 등 세계 산업전반에 감원ㆍ감산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끝날 줄 모르는 고유가,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 등이 겹치면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공장 문을 닫고 생산량을 줄이고, 그것도 모자라 직원들까지 해고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석유화학산업이다. 원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업계 특성상 고유가 고착화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미쓰이화학은 치바현 소재 NCC(나프타분해설비) 생산능력을 현 연산 55만톤에서 내년까지 38만톤으로 줄이기로 했다. 미쓰비시화학도 2013년에 미즈시마 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 공장 1곳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랐던 중국 시노펙(연산 980만톤)의 경우도 5~10% 가량 감산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만 CPC(연산 110만톤)도 10%의 감산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유화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달 25일부터 서산에 위치한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 중간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공장(연산70만톤) 가동을 멈췄다. 회사 관계자는 "기초 원재료값이 오른데다 수요가 줄면서 이달 말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남석유화학도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연간 30만톤의 PTA를 생산하는 여수 2라인 가동을 일주일간 중단했으며, 이를 더 연장할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도 감산ㆍ감원 러시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재정 위기의 여파가 큰 유럽의 상황이 심각하다. 유럽 2위 자동차 회사 프랑스 'PSA 푸조 시트로앵'은 프랑스 내 4,000명을 포함해 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제너널모터스(GM)는 유럽 자회사인 독일 오펠의 영국 엘즈미어 포트와 독일 보훔 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 공장이 폐쇄될 경우 오펠의 유럽 생산물량은 30% 가량 줄어든다.
일본 미쓰비시는 네덜란드 공장의 문을 닫고, 내년부터 유럽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도요타자동차는 수출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호주 알토나공장의 350명 근로자를 감원한다. 국내에서는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부산공장에서 하루 평균 800대 감산에 돌입했다.
해운업체들은 보유하고 있던 중고선박들을 처분하고 있다. 고유가와 공급과잉, 낮은 중고선가를 감당치 못해 선박을 해체해 고철로 팔고 있는 것. 영국 조선·해운 전문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선박 해체량은 4,91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4,120만DWT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도 감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일부 철강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감산을 한 차례 실시 한 후 올들어 감산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2분기, 3분기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재감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이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업체들도 잘 안다"하지만 "현재로선 감산을 통해서라도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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