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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봉우리 이름 공모 나선 김홍씨/ "하다못해 시골 뒷산 봉우리도 이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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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봉우리 이름 공모 나선 김홍씨/ "하다못해 시골 뒷산 봉우리도 이름 있는데…"

입력
2012.04.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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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국민 애송시 김춘수의 '꽃'의 구절처럼 망망대해에 떠있는 무명의 존재를 꽃으로 피워내기 위해 이름 짓기에 나선 이가 있다. 독도에 솟은 두 개의 봉우리, 동도와 서도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 알리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독도 봉우리 이름 짓기'를 공모하고 있는 김홍(49)씨다.

10여년째 한 아웃도어 용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우리 민족의 정신에 스며있는 독도가 다만 하나의 섬에 머무르지 않도록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이름에서 비롯된 의미와 이야기가 쌓이면 독도의 정체성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가 독도 봉우리 이름 짓기에 나선 건 독도를 '섬'이 아닌 '산'으로 바라보면서부터다. "수면 위의 독도는 해발 200m도 안 되는 작은 바위섬이죠. 하지만 바다 속 감춰져 있는 높이까지 더하면 정상의 높이가 2,2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입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2,750m)에 견줄만 하지 않나요?"

독도가 한반도 동쪽 끝에 있는 '산'이라면 동도와 서도가 당연히 산의 봉우리가 될 터. 김씨는 어느 순간 "봉우리인데 왜 이름이 없지?"라는 생각을 갖게됐다.

두 개의 봉우리에 이름이 있는지 백방으로 물었지만 "위치에 따라 표시된 '동도', '서도'표기만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독도가 우리땅이라지만 실상은 이름없는 섬이었던 셈이지요. 시골의 조그만 산봉우리도 이름이 있는데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독도 봉우리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공무원과 독도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도 마찬가지였고요. 직접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보자고 결심했죠."

그는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수완을 발휘하기로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시에 '독도이름 짓기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 산봉우리의 이름은 그곳에 처음 도달한 사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전해지잖아요. 이런 점에서 보자면 독도 봉우리 이름을 짓는 행위는 단순히 지명을 붙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공모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독도를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들었어요. 그럴수록 '독도 수호'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별도의 독도 사랑 기금으로 마련해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공모전에서 선발된 이름은 조건 없이 울릉군에 기증할 겁니다."

마감이 열흘 이상 남았지만 벌써 500여 개의 이름이 접수됐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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