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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연기 속의 그녀' 흡연 여성·말리는 애인 감각적 로맨틱 코미디…극단 산울림 '경쾌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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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연기 속의 그녀' 흡연 여성·말리는 애인 감각적 로맨틱 코미디…극단 산울림 '경쾌한 변신'

입력
2012.04.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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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 소극장 역사의 산증인인 극단 산울림이 달라졌다. 올해로 창단 43주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소극장 산울림 개관 27주년을 맞아 '소극장 산울림 2기'를 선언했다. 이곳에서 29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연기 속의 그녀'는 그 변화의 신호탄이다.

오랜 세월 원로 연출가 임영웅씨와 그의 아내인 불문학자 오증자씨가 맡아 왔던 극장 운영은 올 초부터 새로 극장장이 된 딸 수진씨가 책임지고 있다. 아들 수현씨(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는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꾸준히 프랑스 희곡을 번역했던 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프랑스 작가 엠마뉴엘 로베르 에스파리유가 썼다.

지난해 파리에서 초연한 연극의 원제는 '담배를 피워봐(Fume cette cigarette)'. 프랑스 가수 에디 미첼의 노래 제목에서 따 왔다. 이야기는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고 발전하며 갈등과 봉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배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 낸 2인극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등 극단 산울림의 기존 레퍼토리와 비교하면 연극은 꽤 감각적이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린 두 남녀는 빠르게 관계를 발전시켜 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의 약점이 크게 보인다. 남자는 여자의 담배 피는 습관을 견디기 어렵고 여자는 흡연에 대한 남자의 집착에 가까운 잔소리가 끔찍하다. 담배는 결국 관계가 깊어지면서 간과하게 되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강조하는 하나의 상징물이다.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게 되는 이유가 남자가 아닌, 여자의 흡연 때문이라는 점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도록 경쾌하게 그리지만 극단 산울림이 지켜 온 '여성 연극의 메카'라는 정체성의 끈은 놓지 않은 셈이다.

반원형 소파와 원형 스툴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소파와 침대 등으로 활용한 무대는 단출하다. 공간의 여백에서 오는 허전함은 에디 미첼과 세르쥬 갱스부르그, 비치 보이스 등의 음악을 삽입해 메웠다.

서은경, 최규하 두 배우의 호흡이 아직은 설지만, 묵직한 메시지 때문에 그간 산울림 소극장 공연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젊은 관객이라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02)334-5915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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