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자 매수혐의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선거를 앞두고 중도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행위에 대해 원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금전합의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후 박 교수에게 준 2억 원은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관계 판단이 같은데도 형량이 크게 높아진 것은 죄질을 더 중하게 본 때문이다. 후보 사퇴를 매개로 한 금전거래는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중범죄이자, 역대 유사사건에 비춰서도 금액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의 행위에 대한 무죄 항변은 사실상 설득력을 잃었다. 그런데도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이길 것"이라는 따위의 말은 공허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실관계 판단에 달라진 양형을 이유로 재판부를 비난하는 것은 법학자로서의 소양을 의심케 하는 언행이다. 더욱이 그의 지지자들이 정치적 판결 운운하는 것은 1, 2심 재판부가 모두 유죄 판결한 사실 자체를 외면하는, 그 자체가 정치적인 해석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비록 최종판결까지의 다툼 여지와 방어권 보장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으나 곽 교육감은 처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 판단이 일관되게 이뤄진 만큼 대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법적으로야 최종심 확정판결까지 앞으로 3개월 동안 직무는 수행할 수 있으나 이미 서울시 교육수장으로서의 도덕적, 법적 권위는 크게 실추된 상태다. 교육감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여전히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행동 외에 더 이상 교육적 의미는 없다.
곽 교육감이 2010년 6월 당선 이후 온전히 교육감 직을 수행한 것은 지난해 9월 구속되기 전까지 겨우 1년 남짓이다. 여러 개혁적 조치를 급하게 추진하면서 이를 안착시키고 수습할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셈이다. 교육수요자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어정쩡한 상황의 연장은 차마 도리가 아니다. 이제 신중히 거취를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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