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해 설립된 농촌진흥청이 지난 1일 개청 50주년을 맞았다. 농촌진흥청은 지금까지 농업기술 개발과 농촌 지도사업을 통해 한국 농업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이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농촌진흥청은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통해 농업개방의 파고를 넘고 농업선진국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새로운 농촌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특수 돼지, 천문학적 가격의 조혈촉진단백질을 함유한 달걀... 미래 한국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들이 농촌진흥청의 후원으로 하나 둘씩 현실화하고 있다.
농진청은 농촌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6일 농진청에 따르면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농진청이 후원하는 건국대 윤익진 교수팀은 지난해 돼지의 신장과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기술은 이식된 장기가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그런데 윤 교수팀은 돼지의 형질변환을 통해 원숭이에게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이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말기암 등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형질 변환한 돼지의 장기를 이식해 새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어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업단은 돼지 장기의 인체 이식이 성공하면 향후 10년간 6조원대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단은 또 지난해 닭의 형질변환을 통해 조혈촉진단백질(EPO)이 함유된 달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빈혈환자 등에게 꼭 필요한 EPO는 단백질을 정제해 추출하는데 현재 1g에 6억7,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에 팔리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도 2005년 112억달러에서 올해는 150억달러(약 17조원)로 성장했다.
이처럼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단의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농진청은 한미 FTA 파고를 뛰어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은 2011년부터 10년간 진행되며, 우선 4년간 2,808억원의 사업비가 배정됐다. 이 사업은 2001~2010년 진행된 바이오그린21사업을 계승해 진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거 바이오그린21사업 당시에도 세계 최초로 배추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밖에도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감귤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에 미생물 처리를 통해 바이오 셀룰로오즈만 남기는 처리 기법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해양에 투기하던 연간 5만톤의 감귤 찌꺼기를 환경오염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감귤 찌거기에서 추출한 바이오 셀룰로오즈는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중국과 미국 등에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단 관계자는 "첨단 바이오소재를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갖게 되면 외국에 지불하는 농업관련 특허료를 아끼고 궁극적으로 농가소득도 늘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축산업은 단순히 작물과 가축을 키우는데 주력했다면 미래 농축산업은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를 생산하는 첨단산업으로 과감히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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