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노인들까지 입원시켜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타내는 요양병원들이 급증하면서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은 일반 병원보다 개설요건이 느슨한 점이 악용되고 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진료비가 2005년 1,251억원에서 2010년 1조 6,262억원으로 최근 6년 사이 1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 입원진료비 증가율 2.2배였다.
또 전체 의료기관은 6년 사이 10%(2005년 7만2,921곳에서 2010년 8만1,681곳)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요양병원수는 202개에서 866개로 4.3배 증가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같은 기간 3만661명에서 17만2,809명으로 5.6배 증가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8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 기간 요양병원 병상도 2만5,042개에서 10만9,490개로 4.4배 증가했다. 전체 의료기관 병상수가 1.4배(2005년 37만6,364개에서 2010년 52만8,288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증가 폭이 큰 지 알 수 있다.
요양병원은 1일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한의사 포함),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만 있으면 개설할 수 있다. 일반 병원이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1명, 환자 2.5명 당 간호사 1명의 요건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느슨한 기준이다.
원래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들을 위해 도입됐으나, 비슷한 기능의 노인장기요양시설과 기능이 겹치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장기요양시설은 건보공단에서 장기요양 1ㆍ2등급을 받은 환자만 입원이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따로 환자자격 제한이 없다. 때문에 요양병원들은 환자가 내는 치료비(본인부담금)를 면제해주겠다고 꾀어 노인들을 입원시켜서 건보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치료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람이 요양병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본인부담을 높이고, 입원비를 일당 정액제로 바꿨지만 효과가 없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수준이 떨어지는 요양병원은 아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상반기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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