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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인삼공사 창단 첫 우승 이끈 이상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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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인삼공사 창단 첫 우승 이끈 이상범 감독

입력
2012.04.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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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이어 인삼공사까지 줄곧 한 팀에서 농구인생 보내스포트라이트서 항상 벗어나 있다 감독 계약 마지막 해에 결실오세근, 팀의 기둥이지만 막내가 할 잡일 거르지 않아 이게 바로 우승 원동력, 단합의 힘아직도 선배들에게 자문 구해 모른다고 덮는 게 부끄러운 일

안양 KGC 인삼공사는 2011~12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원주 동부를 꺾고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초 상대도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승을 올리면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1승5패의 절대 열세. 그러나 KGC 인삼공사는 놀라운 투혼으로 정규리그 최다승(44승10패) 신기록을 세운 동부를 무너뜨렸다. 늘 '조연'에 머물던 이상범(43) 감독의 지도력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현역 시절부터 시작해 코치와 감독으로 한 팀에 20년 머무는 동안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인동초(忍冬草)' 농구 인생이 찬란한 봄을 맞았다.

3년간 움츠렸던 어깨 활짝 폈다

이상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9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KGC 인삼공사가 전력 재편을 시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 결실을 올 시즌에 맺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구단에서는 미래를 보고 성적 부진을 눈감았다. 그러나 사령탑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가시방석이었다.'허락된 패배'라고 하지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양복 안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녔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자 눈을 붙이기 위해 숙소에서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에 드디어 일을 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위에서 '몰라보게 전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 넉넉한 마음으로 개막을 맞았을 것 같지만 속 모르는 소리다. 양희종, 김태술, 오세근 등 핵심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로 개막 열흘을 앞두고야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팀워크를 다져야 하는 처지라 여유가 없었다. 첫 회식을 올스타 브레이크에 했을 정도다.

기강이 서야 강팀이 된다

이상범 감독은 KGC 인삼공사의 우승 원동력으로 '단합된 힘'을 꼽았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동부를 무너뜨린 존 프레스 수비와 '벌떼 공격'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KGC 인삼공사와 다른 팀의 차이점은 작전 타임 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팀을 보면 벤치를 지키는 선수는 뒷전에서 딴 짓을 하고 있다. 동료가 최선을 다하고 들어오는데도 본체 만체한다. 팀이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반면 우리 팀은 서로 등을 두드려주고 작전 판 앞에 다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 동료가 득점을 올리면 펄쩍펄쩍 뛴다. 이런 것이 모여 1승이 되고, 10승이 됐다. 결국 분위기에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분위기를 위해 강조하는 것은 기강이다. 다소 고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선후배 관계는 엄격히 한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스타라고 예외는 없다. 오세근은 올 시즌 팀의 기둥이었지만 막내가 해야 하는 '잡일'을 거르지 않고 했다.

감독은 주연을 빛내기 위한 조연일 뿐이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지인들로부터 핀잔도 많이 받았다. "너도 말 좀 멋있게 해봐라", "스스로를 선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왜 항상 저자세냐"등등의 주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감독은 스스로 '곰'이 되기를 자처했다. 확고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는 결국 선수가 뛰는 것이고, 승패를 가르는 것도 선수라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다.

감독은 코트에서 뛰는 선수를 빛내기 위한 조연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영화를 보면 똑 같은 주연이 반복될 경우 아주 가끔 조연이 전면에 나설 때가 있는데 농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알아주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감독은 아직도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에게 늘 자문을 구한다. '리틀 전창진', '리틀 유재학' 같은 호칭을 영광스럽게 여긴다.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도 전창진 KT 감독, 유재학 모비스 감독, 방열 건동대 총장에 자문을 구했다. 이 감독은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도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자세가 진정 부끄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적의 스트레스 안양천에서 풀었다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한 뒤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며 축하 술잔을 많이 받았다. 농구인 가운데 주당이 많지만 이 감독의 주량은 소주 한 병 반 정도. 많이 마시지도 못하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을 바삐 보내는 스타일이라 술자리를 많이 갖지 않는다. 상대 팀 분석과 전술 구상 등을 모두 새벽에 한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숙소 주위의 안양천변을 산책하며 푼다.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걷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자전거에 재미를 붙였다. 골프 경력은 8년 정도 됐지만 1년에 두 세 번 밖에 필드에 나가지 못해 아직 세자리 타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학교 2년인 외동딸 환희에게 가장 미안하다. 시즌이 끝났지만 대표팀 일정 등으로 시간이 빠듯해 여행 한번 떠날 여유가 없다.

모비스의 가드 양동근(31)을 '모범 선수'로 꼽는다. 5억원대 연봉 선수가 3,000만원을 받는 선수처럼 몸 사리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기술과 체력 이전에 '마인드'가 좋아야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된다고 믿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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