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억원 가량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미스터 K'가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의 갈등으로 촬영이 중단돼 영화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블록버스터가 촬영 단계에서 제작이 중지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미스터 K'의 제작사인 JK필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태국에서 크랭크인 한 '미스터 K'는 감독과 제작사의 의견 충돌로 6일부터 촬영이 중단된 상태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당초 찍기로 했던 시나리오와 그 동안의 촬영 내용이 많이 달라 일단 촬영을 중지해달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이 감독님이 감정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길 대표는 "더 진행되면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밝힐 수 없을 것 같아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의 협의를 거쳐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이 전화를 드렸으나 의견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영화가 잘 되게 노력하는 중이다"면서도 "제 입장이 어떤 상태인지 아마 아실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미스터 K'는 설경구, 문소리 등이 출연하는 코믹액션물로 남편의 정체를 모르는 비밀요원의 아내가 일급 첩보작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형사 Duelist' 등 영상미를 강조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유명한 이 감독과 '해운대'와 '7광구' 등 대중영화를 만들어온 JK필름이 손을 잡아 촬영 전부터 충무로에서 화제를 모았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대체로 '미스터 K'의 촬영 중단 사태를 최근 충무로의 병폐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 자본이 예전보다 감독의 창의성을 통제하고 세세한 연출까지 간섭하려 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JK필름은 감독 교체와 촬영 재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스터 K'는 8월 촬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분량의 10분의 1정도를 촬영했다. 제작비도 이미 30억원이 들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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