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매매혼으로 팔려온 X" "필리핀 X이 뭘 한다고…" 등의 말까지 나왔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당선된 이자스민씨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이다. 어느 사회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주의)가 있기는 하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자스민씨는 필리핀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이다. 영화 에 완득이 어머니로도 출연한 그는 한국사람과 결혼했고, 18년째 한국에서 자녀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서울시 외국인공무원 1호인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으로 일했고, 다문화네트워크인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기도 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는 어엿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은 36만 여명의 결혼이주민과 그들 자녀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가 지역구 출신만으로 부족한 국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자는 것 아닌가. 이자스민씨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인종 차별적ㆍ인격 모욕적 공격까지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아 공격하는 것도 다분히 악의적이다. 불법체류자 무료 의료지원, 외국거주가족 한국 초청비용 지급, 다문화가정 아이들 대학 특례입학 등 그가 제시한 적도 없는'이자스민 공약'이 떠돌아 다닌다.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자질 검증은 객관성과 형평성이 전제돼야 하며 정파에 집착해 특정인을 표적 삼아 공격해서는 안 된다. 다문화가정 지원과 소수자 배려야말로 모든 정당의 총선 공약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중국동포의 수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막연한 외국인 혐오증을 경고한 바 있다. 지구촌 전체가 다문화사회다. 외국에서 교포들이 인종차별을 당하면 분노하면서 정작 피부색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사는 우리 이웃을 배척하고 모욕하는 이중적 태도야말로 사회 분열과 국가 고립화만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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