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금융선진강국 진입의 조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금융선진강국 진입의 조건

입력
2012.04.16 12:01
0 0

지난해 우리 금융시장에는 16개에 달하는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 이들 저축은행과 거래한 상당수의 예금자들과 투자자들 및 후순위채 가입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등 사회적 파장도 매우 컸다. 금리를 1%라도 더 받아보려고 저축은행과 거래한 사람들 중에는 다수의 서민들도 있었는데, 영업정지 기간 중 예금인출이 제한됨으로써 이러한 서민들이 겪어야 했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서민들은 남아있는 저축은행들의 건전성마저 의심하며 손해를 감수하고 정기예금을 해지하는 촌극까지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예금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이 예금보호 대상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예금보호의 한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원금상실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나 실적배당상품 또는 5년 이상 만기로 보통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결코 예금이 될 수 없다. 특히 후순위채란 그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를 발행한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선순위의 채권자들과 예금자들에게 채무를 모두 상환한 이후 마지막으로 상환받는 채권이다. 따라서 이러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자는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금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예보는 예금에 한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만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도드-프랑크법을 시행하면서 예금보호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대폭 인상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5,000만원의 상한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한도를 늘리지 않은 정부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예금보호한도를 늘릴 경우 그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고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되며 종국적으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에 대한 특별 구제책을 시행해 모든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대증요법이 예금자보호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 확대 등 부담을 증대시켜 전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예금보호한도를 인상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예금자는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 고액의 자산을 가진 예금자는 가족 명의로, 혹은 2곳 이상의 다른 금융회사에,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 이내가 될 수 있도록 예금을 분산예치함으로써 향후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은 갑작스러운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과거 거래를 해본 적이 없는 금융회사로부터 금융상품에 대한 가입권유를 받을 때에는 금융회사의 신용도 및 권유받는 상품의 속성을 재차 확인해야 한다. 혹시라도 미심쩍을 때에는 가입을 늦추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해보는 신중함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도 예금자들이 예금자보호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계도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예금자보호와 관련된 내용을 통장이나 상품가입증서에 상세히 기재할 뿐만 아니라 창구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앞으로 더 이상 예금과 후순위채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알지 못해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는 가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가입자들은 스스로의 책임 아래 자신이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의 속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가 증진돼야 금융선진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굳건해지는 것이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