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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의견 제시 그치지 않고 대안 고민…논리 허술한 점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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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의견 제시 그치지 않고 대안 고민…논리 허술한 점 보완해야

입력
2012.04.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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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문제에 대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고등학생 자신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이 살만하다. 특히 게임이 청소년 세대에 공유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제도권 담론 안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문제 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를 더 확장했다면 일방적인 게임 규제는 그나마 청소년이 누리던 문화적 권리마저 박탈해 가는 것이라고 논증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논점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대안적 해법을 고민한 것은 이 글의 최대 미덕이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이 담론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언제나 타자로서 배제돼 왔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왜 항상 미봉책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데 이 글은 그것을 상당히 성공적으로 설명해 냈다. 문제의 근원에 접근하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인상적인 글이다.

하지만 동시에 논술문으로서 약점도 노출하고 있다. 먼저 이 글은 2월 3일자 사설에 대한 대응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런데 해당 사설에서 의제화시킨 것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셧다운제가 아니라 올 7월에 새로 도입될 선택적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에 대한 것이다. 사설에서는 기존의 게임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두 제도가 "부모들의 책임과 관심을 강조한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의 전체적인 논지로 보아 사설 내용에 동의할 리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선행 텍스트의 핵심 내용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가령 선택적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를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가볍게 언급만 했어도 논의에 더 충실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글의 전개방식도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학생은 둘째 단락에서 게임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치면서 '나'라는 주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곧이어 다음 단락에서 그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이 소개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라는 주어가 나타난다. 여기까지 읽으면 세속적인 통념을 반박하고 자기 소신을 밝히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론은 게임 규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놓고 다시 그것이 무용지물이라고 하는 것은 정합적이지 않다. 논술문에서는 두괄식이 더 권장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의 초반부에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글의 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 글의 서두에 해당하는 첫 두 단락만 놓고 보면 결론 부분의 주장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서두에서 규제 위주의 정책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그것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더라면 글의 짜임새가 훨씬 조밀해졌을 것이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려면 글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개요를 짜고 사고의 흐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개요는 문단개요뿐만 아니라 문장개요까지 짜는 것이 글쓰기에 효과적이다. 이때 마인드맵으로 개요를 짠다면 훨씬 쉽게 문장을 첨가하거나 삭제하기에 수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면서 그것을 '많은 사람들'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은 주체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들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글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01765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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