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가 순수 계통을 유지한 고유종임이 유전학적으로 규명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유전체자원센터장 연구진은 16일 "슈나우저, 프렌치 불독 등 전세계에 알려진 개 79종과 2008년생 수컷 진돗개 '금강'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9곳에서 유전자 염기서열이 달랐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종(種)을 구분하는 지표로 쓰인다. 박 센터장은 "이러한 분석 결과는 진돗개가 개의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후 고유 혈통을 지켜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진돗개의 고유 혈통은 유전체(유전자 전체ㆍ게놈)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개의 유전자 전체를 해독한 것은 2005년 군견으로 활용되는 독일산 '복서' 품종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다. 진돗개와 복서의 유전체는 0.2%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간 유전체 차이가 0.1%인 것과 비교하면 두 품종간 차이는 꽤 크다. 연구진은 사람이 오래 전부터 개를 키우면서 비슷한 종끼리만 교배를 시켜 품종간 차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품종 사이에 후각과 관련된 유전자의 염기서열 차이는 20%로 매우 컸다. 박 센터장은 "후각 유전자는 안면 골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진돗개와 복서의 코가 돌출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관련 유전자 차이도 큰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진돗개의 혈통 보존은 물론 사람의 질병 치료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센터장은 "사람의 유전체 중 75%가 개와 같고 암, 백내장, 심장 질환 등 360여개의 공통된 유전병을 가지고 있어 질환모델 동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4월호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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