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주요 행사의 자리 배치는 권력 서열을 보여주는 척도다. 1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서도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파워 엘리트 그룹의 면모가 일부 드러났다.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왼쪽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김경희 당 비서 등 당과 내각의 인사들이 자리 잡았다. 오른쪽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인사들이 자리 잡았다.
이로써 최 국장이 군의 실세인 리 참모장을 제치고 김 1비서의 최측근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 국장은 9일 중앙보고대회에서 리 참모장에 앞서 세 번째로 호명돼 새로운 측근의 등장을 알렸고, 11일 당 대표자회에서 최고 요직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모두 올랐다. 최 국장은 이어 13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에 위원으로 처음 진입했다. 김 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김 1비서의 후견그룹도 건재했다.
이에 비하면 리 참모장은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는 2010년 9월 김 1비서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함께 임명돼 '김정은 체제'를 전면에서 이끌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8명의 인사 중 유일하게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만 이날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그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국방위 위원에서 제외돼 경질됐거나 처형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리용무 차수, 오극렬 대장 등 4명의 국방위 부위원장은 모두 유임됐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리명수 인민보안부장 등 공안기관 수장들은 새로 국방위원으로 선출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 1비서의 권력 기반이 아직 불안해 체제 유지를 위해 내부 감시와 공안 부문에 측근을 포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박도춘 당 비서(군수 담당),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백세봉 제2경제위원회(군수경제) 위원장 등 장거리 로켓 발사를 주도한 '3인방'은 국방위 위원 자리를 지켰다. 북한이 10년 이상 오랜 기간 로켓을 개발해 온 만큼 당장 실패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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