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는 결국 중도층 잡기와 미래 비전 제시 여부에 달려 있다."
4ㆍ11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대선 승리 방정식으로 제시한 것은 한결같다. 정권 심판론 등 과거 지향적 이슈로는 한계가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정책으로 중도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 진영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 진영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은 48.26%대 48.56%. 그야말로 팽팽한 힘의 균형 상태다. 대선 역시 51대 49의 미세한 승부로 판가름나기 때문에 승부의 키는 중도층이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중위 투표자 이론'을 들며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좌클릭을 통해 중간에 위치한 표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대선도 중도층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양당제 선거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이념적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표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도층의 표심 잡기에서 야당이 일단 판정패를 당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야당의 조급한 복지 공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책적 우클릭을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같은 이슈를 얘기할 수록 중도층의 지지가 떨어진다"며 야권연대를 위해 정책 합의를 할 때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좌클릭 자체가 영향을 줬다기 보다는 오만한 모습, 리더십 부재 등이 중도층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쇄신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도층은 그때그때 지지 정당이 다른데, 정치적으로 성숙돼 있어서 고도의 판단을 한다"며 "단기적 이벤트보다는 현실성과 미래 비전을 갖춘 진정성 있는 정책 제시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결정적 약점은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듯이 2030세대의 표심이다. 새누리당은 특권 계층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각인돼 있어서 단시일에 젊은층 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젊은층은 세상이 불공평한 것에 대해 '1% 부자정당'인 새누리당이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자리 창출, 공정한 교육시스템 도입 노력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의 핵심 의제로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야가 4ㆍ11 총선에서 내놓은 '정권 심판론'이나 '거야(巨野) 견제론'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정치적 의제보다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중도층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 교수는 "야권으로선 심판론을 끌고 가야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민생 문제를 챙기는 중도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나 고용 문제 해결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반값 대학등록금처럼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은 1대 1의 인물 대결로 전개되기 때문에 야권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수 있는 후보 찾기도 중요한 과제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마다 엇갈렸다. 다만 권혁주 교수는 "어떤 후보가 됐든 빨리 후보를 정해서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선을 통해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핵심을 잊고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 경선 등의 정치적 이벤트로 바람을 기대하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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