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총선 이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명숙 전 대표가 사퇴하고 임시지도부 구성 방식을 둘러싸고 계파갈등까지 벌이던 민주통합당의 내홍이 일단 봉합됐다. 한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로 당권을 장악하려던 친노(친 노무현 대통령)그룹과 지도부 동반 사퇴를 주장하던 비주류측이 절충점을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당권과 대권 도전을 향한 계파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5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 그룹은 문성근 대행체제의 돌파를 시도했다. 당헌ㆍ당규에 따라 대표 권한대행이 된 문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하면서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대행체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부겸 최고위원도 "다음 지도체제 선출까지 두 달인데 무슨 호들갑을 떠느냐"며 "당헌에 따라 대행체제로 가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친노그룹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더 거셌다. 박지원 이용득 남윤인순 최고위원이"총선 패배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당을 끌고 간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며 비상대책위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부겸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인영 김진표 김광진 최고위원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문 대표대행에게 공격의 화살이 집중됐다.
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비대위 구성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비대위원장 인선까지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마당에 비대위원장을 선뜻 맡아줄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고 원내대표단을 비대위로 구성하자는 절충안이 제시됐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전까지 대행체제로 가기에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 충분치 않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비대위원장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친노그룹은 비주류파의 동반 책임론을 받아들였고 비주류는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대행체제를 인정하는 절충안에 도달했다. 친노그룹이 비주류의 주장을 받아들인 데는 박지원 최고위원까지 사퇴할 경우 선출직 최고위원이 문성근 이인영 김부겸 최고위원 3명으로 줄어 대표성이 사라진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대행체제를 이을 비상대책위로 원내대표단이 결정됨에 따라 후임 원내대표 후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혜영 의원과 유인태 당선자 등 당내 중진급 '구원투수단'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또 6월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 후보로는 이해찬 문희상 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박영선 의원이나 이인영 최고위원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도 힘을 얻고 있다. 거론되는 후보만 놓고 보면 당권 레이스에서도 친노와 비노의 계파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상임고문은 14일 트위터에 "모두가 만류해도 결코 책임을 피하지 않을 분인데 후속 방안을 논의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등 떠미는 모습은 씁쓸했습니다. 현실정치의 비정함일까요.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한 전 대표의 사퇴와 관련한 소회를 적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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