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경찰관의 비리에 대한 진정 사건을 3년 전에 접수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09년 초 이모(42ㆍ구속) 경사에 대한 비리 내용이 담긴 익명의 진정서가 검찰에 접수됐다. 진정서의 요지는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인 이모 경찰관이 강남에 위치한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에서 매달 금품을 상납받고 있으니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검찰은 당시 이 진정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맡겨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이 경사가 유흥업소가 밀집된 강남서 등에서 주로 근무했고 2006년부터 유흥업소와 불법 성매매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와 여성가족부에서 일한 경력을 감안할 때, 진정 내용이 사실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 진정 사건을 공람종결로 처리하겠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람종결은 진정 사건에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검찰은 경찰 의견에 따라 특별한 내사 진행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익명의 진정 사건은 진위 파악이 어렵거나 구체적 사실 적시가 없을 경우 공람종결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경사는 최근 검찰 수사에서 이경백씨가 운영하는 업소를 비롯해 서울시내 유흥업소 10여 곳에서 정기적으로 금품 등을 상납받은 사실이 드러나 당시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 동료 경찰관 3명과 함께 지난 1일 구속됐다. 당시 경찰이 의지를 갖고 환부를 도려내려 노력했다면 이 경사의 비리를 사전에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경사의 근무부서나 지속적 뇌물수수 행위 등을 감안하면 당시에 충분히 비리 첩보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이씨로부터 2년에 걸쳐 5,000만원 이상을 받은 혐의로 체포한 정모 경위 등 3명을 지난 14일 구속했다. 이씨의 뇌물리스트에 올라 구속된 경찰관은 이 경사를 포함해 모두 7명이 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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