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모(33∙남)씨는 오는 9월 일본 오사카 관광을 위해 일본 저가항공사 '피치항공'의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3박4일 일정이지만 귀국 날짜가 변경될 수 있어 우선 편도 항공권을 살폈다.
운임(유류할증료 포함)은 10만4,000만원. 세금과 공항사용료 2만8,000원을 합해 13만2,000원이었다. 최씨는 이 정도면 싼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수수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항공사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수료가 줄줄이 붙는 것이었다. 우선 짐을 붙이면 20㎏짜리 1개에 위탁수하물 수수료 2만2,900원이 붙는다. 복도 쪽 좌석을 지정하자 1만8,300원의 지정좌석 수수료가 또 붙었다. 카드로 결제하려도 했더니 지불수수료 3,000원이 더해졌다.
결국 최씨가 내야 할 비용은 총 17만6,200원. 수수료로만 무려 4만4,200원이 더해진 것이다. 만약 날짜를 바꾸면 수수료가 또 얹혀진다. 결국 최씨는 피치항공을 포기하고 국내 저가항공사로 예약했다. 제주항공은 이 기간 인천~오사카 왕복 항공료(유류할증료 및 공항세 포함)가 23만원이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 저가항공사들이 앞다퉈 싼 운임으로 국내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수료 때문에 자칫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을 수 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항공사에는 없는 수수료가 많은데다, 인터넷 콜센터 등 예약방법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져 많은 소비자들이 헷갈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5월부터 국내에 취항하는 일본 전일본공수(ANA)의 저가항공사 피치항공은 3만원(편도) 특가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작 3만원(인터넷 예매시)짜리 편도를 산다고 해도 공항사용료 2만8,000원과 위탁 수하물 수수료 2만2,900원, 카드결제에 따른 지불수수료 3,000원이 더해지면 총 8만9,000원의 항공료로 탈바꿈한다.
그나마 인터넷 예매를 했기 때문에 예약수수료가 없을 뿐. 콜센터나 공항카운터에서 예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콜센터로 예매하면 1만5,000원, 공항카운터는 3만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좌석을 지정하는 것도 돈이다. 피치항공은 일반석인 스탠다드와 특별석인 스트레치 등 두 좌석이 있는데 스탠다드 좌석을 지정하면 ▦인터넷 예매시 4,600원 ▦콜센터 9,200원 ▦공항카운터는 1만3,800원의 수수료가 나온다. 스트레치석 지정도 ▦인터넷 예매는 1만8,300원 ▦콜센터는 2만2,900원 ▦공항카운터 2만7,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위탁수하물도 마찬가지. 짐을 부칠 경우도 예매방법에 따라 수수료가 다른데 20㎏ 수하물 1개당 ▦인터넷예매는 2만2,900원 ▦콜센터는 3만2,000원 ▦카운터는 4만5,800원이다.
피치항공처럼 유별나게 수수료가 많은 건 아니지만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엑스도 특별석인 '핫 시트'로 지정 예매할 경우 4만~5만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의 저가항공은 모든 서비스가 돈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무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로선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그냥 싼 운임만 보고 예약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수료 체계를 충분히 파악한 뒤 항공사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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