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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50주년, 다산 정약용 다시 읽기] <1> 왜 다산을 주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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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50주년, 다산 정약용 다시 읽기] <1> 왜 다산을 주목하나

입력
2012.04.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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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민주화·상향식 정치… 다산 사상에 이미 녹아 있어"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 개혁가, 교육자, 수원 화성 설계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ㆍ1762~1836)을 수식하는 말들은 그의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경학과 인본주의를 근본으로 사회 개혁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했던 다산의 사상은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일어나는 21세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사상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6회에 걸쳐 싣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다산 사상이 주목받는 까닭을 소개한다. 한형조, 금장태, 강신주, 정민, 이정우씨는 기고를 통해 다산이 살았던 18~19세기 조선 사회 풍경을 제시하며 당대 동아시아 대표 사상가들과 정약용의 사상을 비교한다.

박석무(71)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손꼽히는 '다산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72년 다산의 법사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40년간 다산 사상 탐구에 몰두해왔다. <흠흠신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등 저서 번역과 학술적 연구 외에도 다산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특히 힘을 쏟았다. 2004년부터 다산연구소 홈페이지에 연재해온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는 이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독자가 35만명을 헤아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1월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송경동 시인이 구속됐을 때는 농민시위를 주도했다 자수한 이를 무죄방면한 정약용의 일화를 소개해 큰 반향을 불렀다.

박 이사장은 이렇게 다산 사상이 주목받는 까닭에 대해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사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약용은 근대 이전의 인물이지만, 상당히 근대적인 사상을 펼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탕론'과 '신아구방', '손부익빈'으로 요약되는 국가, 정치, 경제 사상이다.

다산은 맹자의 '방벌론'을 발전시킨 '탕론(湯論)'을 통해 고대 중국의 선왕 탕 임금의 위대함을 찬양하면서 민의(民意)에 배반하는 통치자는 언제라도 추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민주론을 펼친다. '천자(天子)란 뭇사람이 추대해 지위에 오른 사람'이란 전제를 내걸고, 통치자는 아래에서 추대하여 위로 올렸다는 '하이상(下而上)'의 주장을 했다.

박 이사장은 나아가 다산이 <경세유표> 에서 표방한 '신아구방(新我舊邦)'은 한국사회를 개혁하자는 최근의 '2013년 체제' 논의와 부합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약용은 오래된 나라를 새 나라로 바꾸자는 논리로 모든 법과 제도를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토지제도, 과거제도, 세금제도, 군제(軍制), 신분제도, 행정제도, 관제(官制)까지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각 부문마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산은 조선의 생산수단 핵심인 토지의 균등한 분배 없이는 바르고 고른 세상은 올 수 없다고 믿었다. 때문에 경제분야는 전제개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성호 이익의 사상을 계승한 '손부익빈(損富益貧)'의 정책을 추구한다. '부자의 것을 덜어서 가난한 사람에서 더해야 한다'는 것으로 토지의 국유나 공전(公田) 제도를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빈부격차를 해소할 경제정책, 공직자들의 업적평가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인사정책, 올바른 교육개혁, 보편적 복지 확대, 이런 정책의 실현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만이 우리의 살길임을 다산의 지혜를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다산 사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박 이사장은 인본주의를 꼽았다. 그는 "<목민심서> 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애민(愛民)에서 민(民)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그냥 국민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뜻한다"면서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 애민정신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산의 사상 역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상이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유교적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이사장은 "다산은 신분제도 개혁을 주장하며 '서자도 정승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기 아들인 정학연이 약방을 열어 의원 일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분노를 표했다. 민주론을 펼치며 왕에 대한 충성을 노래하는 등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며 "19세기 조선이란 역사적 상황, 양반이란 신분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약용은 자기 생각을 독단적으로 말하지 않고 고대 선인의 말로 반드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혁명적인 사상을 펼치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죠. 절대적 민주주의, 평등을 주장했다면 그의 사상이 오늘날 온전히 전해지기 힘들었을 겁니다."

박 이사장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산전기> 를 집필하고 있다. 파고들수록 더 깊고 넓어지는 다산의 사상을 탐구하고 전하는 일이 그에겐 평생의 숙제인 듯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 다산의 삶·사상 150분짜리 판소리에 담고 '정본 여유당전서' 출간

올해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산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국립박물관과 실학박물관의 전시회, 음악제, 국제학술대회 등이 잇따른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은 7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유산, 다산 정약용의 구상과 기획'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다산학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살펴보는 자리로, ▦일상과 정감 ▦동아시아 지식의 소통과 변모 ▦텍스트 다시 읽기 ▦다산학의 쟁점들 ▦다산과 신민본 ▦다산학의 회고와 전망 ▦동아시아 사상 속의 다산 ▦다산과 21세기 문명의 전환 등 9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앤더스 칼슨 런던대 동양ㆍ아프리카대학 교수, 리쑤핑(李甦平)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신동원 카이스트 교수, 정민 한양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 5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정본 여유당전서> 가 새로 출간된다. <여유당전서> 는 다양한 필사본 상태로 전해져 오던 다산의 저술 154권 76책을 정인보 등이 정리해 1936년에 발간한 것으로, 다산학 연구의 토대가 됐다. 하지만 오탈자가 적지 않고, 다산의 저작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이나 다산의 저술인데도 빠진 부분이 있어 한계로 지적됐다. <정본 여유당전서> (총 37권)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고, 일반인들도 보기 편하게 가로쓰기로 편집한다. 2002년 다산학술문화재단이 정본 연구에 착수해 최근 연구를 마무리 지었다.

이밖에 다산이 직접 쓴 글씨와 그림을 전시하는 '한국 서예사 특별전-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 기념전'이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또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회가 8월 24일 남산골한옥마을과 9월 7일 국립국악원에서 두 차례 개최된다. 음악제에서는 다산의 사상과 삶을 창작 판소리로 집대성한 150분짜리 '다산가'와 창작곡 '다산이여 다산이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유네스코는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 탄생 300주년, 드뷔시 탄생 150주년,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사망 50주기와 더불어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올해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지정했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유네스코의 이념, 가치에 맞는 세계사적 사건이나 위인의 기념일을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선정해 왔는데, 우리나라의 기념일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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