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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 로켓 발사의 수혜자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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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 로켓 발사의 수혜자와 피해자

입력
2012.04.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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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로켓 발사는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손해가 됐을까.

처음에는 북한에 뒤통수를 맞은 미국이 피해자로 여겨졌다.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영양 지원을 해 주기로 했는데 보름도 안 돼 북한이 이를 뒤집으며 위성 발사 계획을 공표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상황은 사실 미국에 손해를 입힌 것이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심지어 미국이 최대 수혜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핑계로 미사일방어체제(MD) 추진 과정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로켓과 같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해서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망을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도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바람이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문제라 그 동안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이 이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려 놨다. 실제로 매들린 크리던 미 국방부 세계전략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아시아에서 추진하는 MD가 한국 미국 일본, 미국 일본 호주의 2개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혀 이를 확인했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은 MD에 적극적이었지만 한국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이 아시아에 구축하려는 MD는 해당국에 레이더 및 미사일 기지를 설치할 뿐 아니라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도 파견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MD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막겠다는 것이 MD 구축과 관련한 미국의 설명이지만 사실 방향만 살짝 돌리면 언제든 중국을 겨냥할 수 있는 막대한 화력이 바로 MD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발사가 이러한 MD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알고도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셈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도 북한의 도발로 수혜를 본 측면이 없잖다. 북한이 무슨 일만 저지르면 과민하게 반응하는 일본은 이번에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은 특히 도쿄 한복판에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배치하고, 요격 미사일을 실은 이지스함 2척을 동해에 띄우는 등 준(準)전시상태에 돌입했다. 이런 와중에 오키나와(沖繩)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도서까지 요격 미사일 배치를 이유로 한 첫 자위대 파견이 이뤄졌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면서 군사력을 점검할 수 있는 훈련 기회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중국은 오히려 피해를 본 측면이 크다. 미국과 일본이 코 앞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대국을 넘어 이제 군사대국 특히 해양대국으로 떨쳐 일어서려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아시아를 중시하며 이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못마땅한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도 모자랄 판인데 북한이 일을 더 그르쳤으니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면이 구겨진 것이다.

그러나 최대 피해자는 역시 북한이다. 막대한 경비를 들여 오랫동안 준비한 김일성 전 주석 탄생 100주년 축포가 그만 자폭이 돼버렸으니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영양지원이란 다된 밥에 재를 뿌렸으니 다시 밥을 지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주민들의 삶은 더욱 처참해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쏘아 올린 로켓은 우주까지 날아가지 못했지만 이 와중에 각국은 이처럼 실속을 챙기거나 손해를 보았다. 가장 큰 이해 당사국인 한국은 과연 뭘 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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