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검찰이 4ㆍ11 총선이 끝나자마자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검찰은 실무 차원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씨를 총선 다음 날 지명수배했다. 수차례 출석요구에도 불응하고 잠적했던 진씨는 바로 이튿날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은 어제 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장진수 전 주무관을 통해 진씨가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하고도 6일에야 소환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만 내고 출석하지 않는데도 강제수사를 미루다 뒤늦게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밝힌 진씨의 혐의는 지원관실에 나오는 특수활동비를 청와대 쪽에 상납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 하명 사건을 아래로 배당하고 위로 보고하는 역할을 했던 진씨는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진씨에 대한 수사는 진작 이뤄졌어야 했고, 그것을 토대로 수사는 이미 본궤도에 올랐어야 했다. 검찰은 언론이 지적했던 숱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이 새삼 수사에 진력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여권이 주장했던 특별검사제 도입 논의는 슬그머니 뒷걸음치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불법사찰 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불법사찰의 피해자라고 말했던 박 위원장이 특검제 문제를 뒤로 미루고 법 제정을 들고 나온 대목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건을 명확히 파헤쳐야 한다며 총선 기간에 새누리당은 특검제 도입을, 민주통합당은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했다. 우리는 청와대와 총리실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만큼 특검제를 도입해 독립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행보가 특검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신뢰를 준다면 다행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주장대로 특검제를 도입하도록 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 '방지법 제정'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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