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사건의 불똥이 군부로 튀었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충칭시를 관할하고 있는 청두(成都)군구(軍區) 사령부를 전격 조사하면서, 보 전 서기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군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형국이다. 보 전 서기가 군부와 함께 사실상의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의 파장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일요판인 선데이모닝포스트(SMP)는 15일 중앙군사위가 보낸 5개의 감찰팀이 청두군구 고위 관계자들과 보 전 서기의 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감찰팀이 보 전 서기 사건에 청두군구 고위 관계자와 군이 관련이 돼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개입돼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윈난(雲南)성 수도인 쿤밍(昆明)에 주둔하고 있는 제14집단군의 고위 관계자들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사망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충칭 경찰 고위 관계자 2명 이상이 구금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청두군구는 충칭시를 비롯해 쓰촨(四川)성, 윈난(雲南)성, 구이저우(貴州)성, 티베트자치구 등 중국의 남서지방을 관할하고 있다. 특히 제14집단군은 보 전 서기의 아버지로 중국 8대 혁명 원로 중 한명인 보이보(薄一波) 장군에 의해 창설된 군대다.
보 전 서기는 이에 앞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 영사관 진입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 제14집단군을 방문, 이목을 끈 바 있다. 보 전 서기는 조직범죄와 전쟁을 하던 시기에 주로 인민해방군의 주둔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해방군의 대표들이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보 전 서기에게 찾아와 악수하고 경례한 것도 이처럼 그와 군의 각별한 관계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보 전 서기가 막강한 군부 내 인맥을 토대로 사실상의 쿠데타를 꿈꿨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0일 후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출국한 사이 충칭에선 대규모 군사 훈련이 실시된 바 있다. 훈련에는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과 리스밍(李世明)청두군구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아버지가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을 지낸 구징성(谷景生) 장군이란 점도 보 전 서기 사건의 파장이 군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화통신은 14일 궈보숑(郭伯雄)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최근 청두군구를 방문해 "군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휘에 복종해야 한다"며 정치적 소문을 유포시키거나 귀 기울이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중앙군사위 주석은 후 주석이 겸임하고 있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6일 출간될 중국공산당 기관 잡지인 '치우스(求是)'를 통해 반부패 투쟁과 정치개혁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권력이 햇빛 아래에서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는 글에서 "실효성 있는 감독 체제가 마련돼야 권력남용이나 권력의 개인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 전 서기는 원 총리가 지난달 양회(兩會) 폐막 기자회견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전격 해임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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