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몫,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유럽 몫이라는 관행이 이번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세계은행 총재 선출과정에서 공동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진 브릭스(BRICs) 중 러시아가 13일(현지시간) 미국이 추천한 김용 전 다트머스대 총장 지지의사를 공식화 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브릭스 국가들이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캐나다 정부도 조만간 김 후보 지지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ㆍ개발도상국들은 양대 국제금융기관 수장 자리를 미국과 유럽이 독점한 데 반발했지만 이번에도 견고한 틀을 깨긴 어려워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 후보를 면담한 뒤 "러시아는 김 후보의 전문가적 자질과 경험, 지식 등을 고려해 (김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후보의 러시아 방문은 지지 확보를 위한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브라질 등 8개국 순방 일정의 하나로 이뤄졌다.
김 후보와 경쟁하던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콜롬비아 전 재무장관은 개도국들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동의, 출마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재 자리는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김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오캄포 전 재무장관은 "총재 선출이 후보의 자질 검증 보다 정치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비판하며 "개도국들이 이웨알라 장관을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지지 확보 등으로 차기 총재에 김 후보가 임명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지만, 국제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세계은행 총재 선출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세계적 구호단체 옥스팜은 "총재 선출 과정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꼬집었고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은 "후보의 국적이 다른 기준들보다 우선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총재는 20~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ㆍ국제통화기금 연차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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