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동에는 특별한 떡집이 있다. 30년 경력의 떡집 주인이자 아버지 최길선(59)씨의 뒤를 잇겠다고 나선 총각 셋이 꾸리는 떡집이다. 현장을 지휘하는 이는 11년 경력의 대한(26)씨. 물반죽은 경력 8년의 막내 대웅(24)씨가 맡고, 이제 겨우 8개월 차인 첫째 대로(31)씨는 동생들을 따라다니며 허드렛일을 한다. 맏형이지만 떡집 서열로는 3위인 셈. 새벽 3시 해 뜨기 한참 전, 대기업에 취직한 둘째 대현(28)씨를 제외한 아들 셋이 떡집으로 출근을 한다.
16~20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하는 KBS1 '인간극장-우리는 떡집 5부자'는 떡에 울고 떡에 웃는 이들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담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떡 반죽에 콩고물을 묻혔던 대웅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웠다. 중학교 때 입문한 베테랑 대한씨는 지난해 대한민국 최연소 떡명장 타이틀을 걸기도 했다. 첫째 대로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8개월 전 돌연 아버지의 뒤를 잇겠노라 선언했다.
아버지 길선씨와 어머니 김예분(56)씨는 경북 왜관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열아홉 시설에서 나온 이들의 첫 직장이 낙원상가의 한 제분소였던 게 떡집을 차린 계기가 됐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떡을 만들어 파는 부모님의 인생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자연히 떡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의 떡집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싶은 형제들. 대로씨는 인터넷으로 떡을 파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고, 대웅씨는 분홍색 백년초 가루를 이용한 하트 백설기, 커피떡, 초코설기 등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다. 떡 개발을 놓고 머리를 맞대다 급기야 백설기 반죽에 사이다를 넣는 일로 형제들 사이에 살벌한 토론이 벌어진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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