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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총선 색깔 지도의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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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총선 색깔 지도의 착시 현상

입력
2012.04.1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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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1 총선 직전에 한 친구가 꺼낸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개표가 마무리돼 우리나라 동쪽과 서쪽이 다른 색으로 확연히 갈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선 그런 일이 재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총선 다음날, 대다수 신문에는 각 지역구의 총선 결과를 여야 정당의 상징색으로 표시한 전국 지도가 실렸다. 동쪽은 서너 곳만 제외하고 온통 빨간색이었고, 서남쪽 대부분은 노란색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외곽은 빨간색, 서울 등 중심부는 노란색이 우세했다.

색깔 분포만 보면 새누리당의 대승이다. 면적이 넓은 강원도에서 새누리당이 9석 전체를 차지하는 바람에 빨간색 부분은 어느 때보다 커 보였다. 반면 노란색 민주당은 참패한 것으로 비쳤다.

대다수 언론들도 '새누리당 승리와 민주당 패배' 로 규정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착시 현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대선 승부와 연계해 분석하면 심각한 착각임을 깨닫게 된다. 대선 승부는 국회 의석수가 아니라 각 지역의 득표수 합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얻은 전국 득표율은 43.3%로 민주통합당 후보 득표율(37.9%)보다 많았지만 야권연대에 참여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의 지지율 합계(43.9%)보다는 적었다. 또 정당투표에서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한나라당, 국민생각 등 범보수 진영 정당의 총득표율은 48.26%,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정통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범진보 진영 정당의 총득표율은 48.56%였다. 부산 지역을 들여다봐도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 전체 의석 18석 중 16석을 차지했지만 지역구 후보 득표율에서는 새누리당(49.9%)과 야권연대(39.3%)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국회 의석수를 놓고 보더라도 과반선(151석)보다 불과 한 석 많은 의석을 얻은 새누리당이 큰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없다. 제1당이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67석 가량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천 전에 170여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일부 의석을 잃은 셈이다.

새누리당이 이겼다는 평가는 당초 예상 수치에 비해 훨씬 많은 의석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초에는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하고 야권연대 세력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120석도 얻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잇단 전략 실패와 실수로 새누리당은 스스로 놀랄 정도인 과반 의석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힘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승리에 의미를 부여할 점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의 득표수 분석을 토대로 전망해 보면 올해 대선도 득표율 1~2% 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박빙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대선 고지 선점을 바란다면 총선에 나타난 무서운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절묘한 균형을 보여줌으로써 여야 양측 모두에게 오만하거나 오버(over)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연말 대선 투표율은 4ㆍ11 총선(54.3%)때보다 15% 가량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낮았던 5년 전 대선(63%)를 제외하고는 역대 대선 투표율이 항상 70%를 넘었기 때문이다. 특정 정파에 기울어지지 않은 중도층이 대거 대선에 참여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박 위원장이나 야권의 대선주자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집토끼'(기존 지지층)와 함께 '산토끼'(무당파 중도층)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산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로 상식의 정치와 개혁성, 도덕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연말 대선 결과 지도의 색깔 분포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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