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를 열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해 이 자리를 공석으로 남겼다. 11일 당 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이 맡았던 총비서직을 비워두고 김정은을 1비서에 추대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번에는 절묘한 모양새를 취했다. 2010년 조명록 사망 이후 비어 있는 국방위 1부위원장직을 제쳐두고 김 1비서를 위해 국방위 1위원장직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김 1비서가 과거 김 위원장 보다는 낮은 자세를 취하되 다른 측근들 보다는 높은 자리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재 북한 헌법상 국가의 최고직위는 국방위원장이다. 따라서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 1위원장이 국방위원장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당 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총비서와 1비서를 같은 반열에 올렸다.
특히 북한은 당 중심의 국가체제이기에 당 규약이 헌법에 우선한다.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확고히 했다. 김 위원장이 군 경험이 일천한 김 1비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후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생전에 미리 취한 조치다.
이처럼 김정은이 당 1비서, 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 1위원장까지 맡으면서 당ㆍ정ㆍ군의 최고직위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3대 세습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잇따라 김 위원장의 자리를 공석으로 남긴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김 1비서가 자력이 아니라 유훈 통치의 후광을 등에 업어야만 지도자로서 인정받는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직위 앞에 연이어 1이라는 숫자가 붙는 것은 아직 내부적으로 확실한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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