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3일 "광명성 3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1998년 광명성 1호, 2009년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뒤 "위성이 지구를 돌면서 노래와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고 우기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북한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를 자인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 앞서 평화적 위성 발사라는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외국의 전문가와 취재진을 대거 불러들이는 도박을 했다. 따라서 안에서 보는 눈이 많은데다 밖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감시망을 총 가동해 로켓의 궤도를 추적하고 있어 북한이 발사 실패를 부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또 서둘러 발사 실패를 인정한 것은 군사용이 아닌 평화적 위성 발사라는 점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여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하다 실패했다고 밝힘으로써 유엔 결의나 북미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당 1비서의 새로운 리더십에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1비서가 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실패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사뭇 다른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 실패를 시인한 모습에서 김 1비서의 통치스타일을 엿볼수 있다"며 "외신과 전문가를 초청해 놓고 성공했다고 주장해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실패를 시인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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