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우울'이었어요."
13년 동안 우울증과 씨름한 환자가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바람> 이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냈다. 일종의 우울증 수기집이다. 저자는 정보연(33)씨. 지난해 2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듀나 게시판'에 8개월 간 '우행길(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올린 글들을 엮었다. 명상, 운동,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뇌에 좋은 식단, 잘 자기 등 우울증 극복을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 과정을 기록했다. 행복을>
정씨는 "다이어트 일기에 착안해 큰 기대 없이 '우울증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자가 치료가 됐던 것 같아요.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나도 훨씬 좋아질 수 있겠구나'하는 용기가 났습니다."
20대 초반에 처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났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원인이었다.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3~4개월 동안 가족들이 다 잠든 밤에만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모두 입에 꾸역꾸역 넣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몸무게는 3주 만에 10㎏이 늘었다.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주로 수면 장애, 불안, 식욕 저하로 인한 체중 감소가 있고, 폭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 학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10~15%가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증 실상을 책에 생생히 기록한 정씨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을 '질병'이 아니라 '마음의 감기' 정도로 치부하며 '나약한 의지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것 같아요. 우울증 환자들을 더 깊은 절망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그 역시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자기관리를 못한 탓이라고 자학하며 우울증을 부정했다. "부모님조차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되는 거 아니냐'며 정신과에 가는 걸 말렸어요. 극도의 불안 증세로 일상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야 제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요."
정씨는 우울증 발병 후 5년이 지나서야 병원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았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상담치료도 받았다. 자신이 앓는 우울증이 대체 어떤 병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공인 경제학만큼 심리학 수업도 여러 개 찾아 들었고, 의학 관련 서적도 읽었다. 이런 노력에도 우울증은 100% 치유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만성 우울증 환자들은 정상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감정 패턴이 지속된다"고 했다.
최근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원에 진학해 '긍정심리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정신적 고통이 무조건 삶을 망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0년 넘게 '마음공부'를 했더니 인생 목표가 생겼습니다. 우울증이 다시 찾아 와도 두렵지 않아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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