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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6년전 실종된 여대생… 그 아버지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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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6년전 실종된 여대생… 그 아버지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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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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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보고픈 그리움보다 범인 향한 악만 남았다"

"보고 싶어 미치겠고 그랬었죠. 길을 걷다가 딸과 비슷한 또래 여대생이 보이면 뻔히 아닌 줄 알지만 하염없이 뒤따라 가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게 6년째 아무런 연락도, 단서도 나오지 않으니까 악만 남게 됐습니다. 딸을 보고 싶은 생각보다 범인을 찾아내 내 손으로 당장 끝내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12일 강원 철원군 한 시골마을에서 만난 이동세(74)씨. 이씨는 6년 전 실종된 막내 딸 이윤희(당시 29세)씨 이야기가 나오자 탁자를 내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딸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는 이씨는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딸의 생사 여부조차 모른다. 그의 눈빛에선 딸에 대한 그리움 이상으로 범인에 대한 분노가 엿보였다.

2006년 6월6일 새벽, 딸이 사라졌다.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이던 딸은 전날 학과 종강모임에 참석했고, 이날 새벽 2시20분쯤 홀로 술자리에서 일어나 1.5㎞가량 떨어진 자신의 원룸으로 걸어갔다. 경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남자친구 A씨가 딸을 바래다줬다. 하지만 그것으로 딸의 흔적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딸이 종강파티에서 나와 대로변을 걸어 원룸까지 걸어간 곳엔 그 흔한 폐쇄회로TV가 단 한 대도 없었다.

경찰이 찾아낸 작은 단서만이 부모의 가슴을 애타게 했다. 딸은 원룸에 들어와 자신의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성추행', '112'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새벽 2시 58분에서 3시 1분 사이였다. 그리곤 새벽 4시 21분쯤 컴퓨터 전원이 꺼진 것으로 돼 있다.

"참담했지요. 딸이 실종 4일 전 하필이면 원룸 근처에서 오토바이 소매치기를 당했던 터라 지갑도 휴대폰도 없던 상태였어요. 추측하건대 휴대폰이 없으니까 위급 상황에서 인터넷으로 112를 검색하지 않았겠어요."

윤희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건 이틀 후인 8일. 윤희씨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던 친구들이 수상히 여겨 신고한 것이다.

"낮 12시쯤 밭에 나무를 심으려던 찰나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 길로 철원에서 바로 전주로 내려가니 오후 6시쯤이었는데 원룸 방이 깨끗했어요. 남자친구가 방을 몽땅 치웠더라고요."

그래도 당시 이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성인의 실종 신고는 대개 며칠 몰래 여행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라며 그는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 실종 신고가 단순 가출 내지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판명 나곤 한다. 당시 경찰도 이 사건을 여느 실종 사건처럼 바라봤을 개연성이 크다. 이씨는 "경찰이 증거물을 찾기 위해 지문 검색을 시작한 건 딸이 실종되고 10일 후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딸이 사라진 원룸에서 4년을 지냈다. 그는 실종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데 사례금 1억원을 내건 전단지 2만장을 전주시 일대 모든 벽에 붙였다. 전단지를 붙인 차량으로 매일 전북대 등 곳곳을 돌기도 했다. 그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2008년 '우리 다시 만나자'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lovemangne)도 만들었다. 6,500여명이 가입된 이 카페엔 이씨를 응원하는 1,5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그저 내 손으로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고 싶어서 가스총도 사뒀어요. 그래도 남은 가족들 생각에…." 딸을 향한 사무치는 부정(父情)은 이미 한으로 응어리져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전주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경우를 염두하고 수사 중이지만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게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사건처럼 2006년 이후 6년 동안 행방이 묘연한 '사라진 여인들'은 360명이며 지난해는 2,372명이다.

철원=김현빈기자 hbkim@hk.co.kr

■ '사라진 여인들' 지난해 2372명

실종된 뒤 최소 5년 간 찾지 못한 성인 여성의 수는 400여명에 달한다. 경찰에 들어오는 실종여성 신고건수도 해마다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성인여성 실종 신고건수는 2007년 1만8,601명, 2008년 2만2,213명, 2009년2만2,689명, 2010년 2만2,601명, 2011년에는 2만3,507명으로 나타났다. 5년 새 5,000여건이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실종자의 행방이 묘연한 사건도 상당수다. 2007년 실종됐으나 지난 5년간 집에 돌아오지 않은 여성의 숫자는 436명에 이른다. 지난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여성 중에서도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여성이 2,37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경우 경찰은 '장기실종'으로 본다.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이미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높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친인척과 연락을 끊고 숨어 지내는 가출자도 섞여 있지만 납치, 살해 등 범죄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범인 우웬춘(42)씨의 추가 범죄 사실을 캐면서 그가 거쳐간 지역의 여성실종 미제사건 157건을 들여다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경찰이 실종사건 중 범죄 여부에 따라 분류한 '만 14세 이상 여성 실종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한 해 3만여건에 달하는 만 14세 이상 여성 실종사건 중 살인, 납치, 강간 등 범죄사건으로 확인된 수치는 2009년 64건, 2010년 53건(2011년은 미집계)이다. 신고 건수에 비해 범죄관련성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 보인다. 하지만 경찰이 범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기타'로 분류한 사건을 보면 2009년 1만139건, 2010년 1만289건으로 전체 실종 사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자체종결 한 사건이 대다수지만, 이후에 범죄를 당한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07년 발생한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실종사건도 2년 뒤 강호순이 검거된 뒤에야 암매장된 7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러니 1만여건에 달하는 기타 실종사건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범죄로 인해 사라졌을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경찰은 2008년부터 경찰청을 비롯해 각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경찰 1,049명을 배치한 실종사건전담수사팀 266팀을 운영 중이지만 밀려드는 실종신고에 비해 태부족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학) 교수는 "장기간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실종사건의 성격상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민간의 실종자찾기시스템, 실종자 가족이 고용해 사건을 맡길 수 있는 공인탐정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luna@hk.co.kr

■ 안잡나, 못잡나… '양치기 신고' 골탕먹다 늑대에 당한 경찰

"실종사건 수사는 참 어려운 게 많아요. 한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밤새도록 경찰 수십명이 행적을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있는데 다음날 오후 그 여성이 집에 돌아왔어요.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이렇게 별탈 없이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통은 '기다려보자'고 말하게 됩니다. 몇 번 '양치기 소년'에게 당하다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 둔감해지는 것과 같아요."(서울 A경찰서 실종전담팀장)

"실종 접수가 된다 해도 휴대폰 위치 추적이나 폐쇄회로(CC)TV 확인 등 기초 수사가 필요한데 절차가 까다롭죠. 또 서울을 제외하곤 CCTV가 설치된 곳이 별로 없어요. 탐문수사도 시민들의 외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경기 B경찰서 경찰관)

한 해 3만 건 이상의 여성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결국 매년 수십 건은 납치 살해, 성폭행 등 강력사건으로 연결되거나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선 경찰이 실종 납치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 접수되는 실종 사건은 하루 평균 3건. 다른 지역에서 접수돼 이관되는 사건까지 더하면 월 100건이 훌쩍 넘는다. C 경찰서 관계자는 "신고는 많지만 실제 범죄와 관련된 것은 100에 3건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루 평균 2~3건의 신고가 들어오지만 대부분 실종자 스스로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의 D 경찰서에는 "딸과 통화 중 전화가 끊겼어요. 비명소리도 들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 여학생의 휴대폰 위치 검색 결과 서울의 한 유흥가로 나오자 관할인 서울 E 경찰서는 실종전담팀은 물론 강력계, 여성청소년계 형사들과 지구대원까지 30여명을 동원, 탐문ㆍ수색에 들어갔지만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다음날 오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됐고 피곤해 친구 집에 늦게까지 잠을 잤다"고 전해왔다. 실종 신고는 취소됐지만 경찰은 허탈한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범죄와 관련된 실종사건인데도 경찰이 대수롭지 않게 보고 초동 수사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2003년 경기 포천 여중생 엄모양 실종ㆍ살인사건은 초기에는 단순 가출로 보고 경찰이 수사를 미적거렸다 실종 96일 만인 2004년 2월 엄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비난을 자초한 경우다.

사건을 적극 수사하려 해도 휴대폰 위치추적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다. 범죄 관련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경찰이 휴대폰 위치추적을 할 권한이 없다. 영장을 발부 받아도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위치가 세밀하지 않다. 박미옥 강남경찰서 강력계장은 "범죄 관련 가능성을 소명해 통신영장을 신청해도 기각되는 경우가 많고 영장 발부를 받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위치도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수백m에서 수km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 정신지체자 정모(23ㆍ여)씨 가출사건을 수사 중이던 F 경찰서는 정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가 접속하는 게임 사이트 IP 추적 영장을 신청했으나 보름 넘게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초기 수색에 실패한 경찰은 신고 접수 두 달이 지난 이달 초 부산에서 정씨를 찾을 수 있었다.

G경찰서 박모 경사는 "실종자 탐문을 위해 출근길 시민들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가 '내가 뭘 잘못했냐'며 화를 내 머쓱하기도 했다"며 "탐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 사건은 범죄, 사고 관련 여부도 판단하기 힘든 데다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며 "인력과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대폰 위치 추적 과정을 단순화하고 GPS(위성위치정보)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 어리숙? 지능적 살인마?… 우웬춘 '두 얼굴'에 춤추는 수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산페드로 부두에서 하루에 27명이 살해되고 9,100만 달러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관 데이브 쿠얀은 절름발이인 버벌(케빈 스페이시)을 포함해 5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범인'카이저 소제' 찾기에 골몰한다. 다소 지능이 떨어지고 몸이 불편해 늘 따돌림을 당하던 버벌은 알리바이가 성립되면서 결국 혐의를 벗는다. 풀려난 버벌은 경찰서 밖으로 걸어 나가며 절름발이에서 조금씩 정상인의 걸음으로 돌아간다. 그가 바로 진범 '카이저 소제'였다. 최고의 반전 드라마로 꼽히는 영화 의 마지막 장면이다.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의 범인인 조선족 우웬춘(42)씨의 행적에 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검거 직후 지능이 떨어지는 듯이 보였던 그가 수사가 진행되면서 고도의 지능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지능 떨어지는 어리숙한 초범?

경찰 프로파일러가 우씨를 면담한 후 내린 결론은 그가 억눌린 자존감을 잔혹하게 표출한 어리숙한 살인마라는 것이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태어난 우씨는 초등학교만 졸업해 고향에서도 가난과 무식 등으로 주변에서 무시 당하는 외톨이였다고 프로파일러에게 털어놨다. 경찰은 우씨의 지능이 중학생 수준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우씨는 놀림을 받을까 봐 사람을 기피하는 증세가 심한 편이라는 것이다.

우 씨는 수사 초기 경찰들이 던지는 질문에 비교적 성실히 답했다. 간혹 의미를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답을 하기는 했지만, 자세히 설명을 해주면 바로 답을 했다는 것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의 전언이다. 담당 프로파일러는 우씨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이렇다 하게 표현하지 못할 만큼 여성과 감정적 교류를 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우씨가 국내에서 맺은 인간관계도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 몇 명과 성매매 여성들뿐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공사장 동료들도 '겁이 많고 말없이 일만 하던 사람'으로 우 씨를 기억하고 있다. 우씨는 범행 과정을 진술하면서 "훼손한 시신의 일부가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A씨의 눈을 가리고 나도 눈을 감고 작업했다"는 다소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양의 탈을 쓴 연쇄 살인마?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우씨의 진술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났다. 당초 우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경찰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뒤늦게 폐쇄회로TV 영상에 우씨가 전봇대 뒤에 숨어있다 귀가하던 A씨를 덮치는 장면이 확인되면서 우씨의 진술도 돌변하기 시작했다. 우씨는 "피해자가 시비를 걸어서 그랬다", "술 취해서 그랬다", "외로워서 그랬다", "화가 나서 그랬다"는 등 진술을 거듭 번복하다 증거를 제시하면 범행을 시인하는 식이었다.

우씨는 2010년 7월에 제주도에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그가 7월6일 수원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 경찰에서 진술했던 우씨의 행적도 서서히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기존 진술과 맞지 않는 답을 하기도 했다. 담당 경찰관들이 깜짝 놀랄 만큼 경찰조사의 핵심을 피해 지능적으로 진술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송치를 앞두고 나서는 우 씨의 진술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기존의 어리숙하게 보이는 모습은 명백히 가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씨는 유치장과 구치소에 수감돼 태연하게 생활하면서 책과 교양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유독 책에 관심을 가졌던 우씨는 수원구치소로 이감된 후에는 TV 교양프로그램에 심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씨의 잇따른 진술 번복과 독특한 행동양태 등을 살펴본 범죄심리학자들은 숨겨진 그의 여죄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씨가 이상심리와 인격 장애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범죄자가 궁지에 몰리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회피하고 모든 진술에서 거짓이 드러나는데 우씨가 유사한 범죄를 더 저질렀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그는 지능적인 범죄자임에 틀림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 우의 '판도라 상자' 열리나

'성매매 시도가 실패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인가, 아니면 혼자 밤길을 가던 여성을 노린 계획적 살인인가', '그는 과연 초범인가, 아니면 범죄이력을 숨긴 연쇄 살인마인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수원 20대 여성 살해범 우웬춘(42)씨의 과거 행적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여죄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추가 범행이 확인될 경우 몰아칠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보여 수사기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우씨 휴대폰으로 통화한 172명 중 170명에 대한 확인작업을 마쳤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2명은 남성이라 범죄 연루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씨 수첩에 기재된 인물 31명과 갖고 있던 명함의 당사자 19명도 범죄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씨가 거주했던 지역에서 가출ㆍ미귀가로 신고된 14세 이상 여성 157명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79명에 대해서는 확인을 마쳤고, 나머지 여성들도 소재를 파악 중이다. 공조수사에 나선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19건의 부녀자 미귀가 신고가 접수됐지만 우씨와 상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씨가 서울에도 일하러 간 적이 있는 만큼 수사를 서울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신고가 되지 않았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존재 여부다. 우씨는 2007년 9월 첫 입국 뒤 경기 고양시 덕양구(2007년 10월 10일)와 제주 한림읍(2010년 5월 4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2010년 9월 28일) 등에 거주지 등록을 했다. 경찰이 파악한 부산과 경남 거제시, 경기 화성ㆍ 용인시 등은 일(막노동)을 하기 위해 오갔다는 것이 우씨의 진술이다.

하지만 우씨가 검거 직후부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온 수원 A(28)씨 납치ㆍ살해 사건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며 계획적 범행으로 확인됐다. 제주에 있었다고 한 2010년 7월 6일에는 수원의 한 은행에서 수십 만원을 인출한 흔적이 나오면서 진술의 신빙성은 완전히 깨졌다. 우씨가 실제로 거쳐간 지역이 진술한 것보다 많다면 거주지에 초점을 맞춘 추가 범행 수사는 그 방향이 빗나갈 수도 있다.

수사기관은 주방용 칼로 시신을 무참히 훼손한 잔혹성과 검거 뒤의 태연함 등을 놓고 볼 때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조사 중 "때리지 않아 고맙다"고 말한 우씨는 중국에서 다른 범죄로 공안에 체포된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경찰은 중국에서의 우씨 범죄경력과 수배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중국 내 행적과 범죄기록 등을 확보할 경우 국내에서의 여죄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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