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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청소노동자 김순자씨 "국회 못 가지만…다시 밀대 들고 세상 빛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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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청소노동자 김순자씨 "국회 못 가지만…다시 밀대 들고 세상 빛내야죠"

입력
2012.04.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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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법은 날치기도 잘 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는 왜 못합니까. 최저임금이 100만원도 안 되는데 어떻게 삽니까. 도둑질을 해야 합니까, 그냥 굶어야 하나요."

4ㆍ11 총선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후보였던 청소노동자 김순자(60)씨는 지난 9일 열린 방송3사 비례대표 후보자토론회에서 핵심을 찌르는 일상언어로 새누리당 등 상대 토론자들에게 시원하게 펀치를 날려 유권자들로부터 찬사와 격려를 받는 등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13일 기자가 김씨를 만난 곳은 그의 일터인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5층 건물 복도였다. 그는 밀대 걸레를 들고 있었지만 아직도 뜨거운 선거열기와 감동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록 국회는 갈 수 없게 됐지만 선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어요. 길거리 유세에서 만난 한 청소부는 '우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며 동료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겠다고 명함 수 십장을 가져갔어요.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어 너무 기뻤어요."

그는 선거 이후 자신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트위터리안들의 성화에 못 이겨"출근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부둥켜안고 커피도 마시고 건물 구석구석을 청소합니다. 세상을 빛나게 하는 청소노동자 맞지요? "라는 트윗(@kimsunja0411)을 남겼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격려의 답신도 잇따랐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셨어요. 세상 구석구석을 빛나게 하는 청소노동자 분들의 노동이 더욱 빛나게 될 그 날까지 지지합니다 힘내세요!",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놓쳤나."

사실 이번 선거에서 김씨만큼 생활정치인의 진면목을 보여준 후보도 없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새누리당의 현수막이 울산 곳곳에 걸려있는데, 당 공약이 맞냐"고 캐물었다. 그는 이어 "의석수가 과반이 넘는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데, 그 동안 가만있다가 선거 때가 돼 이를 공약으로 내거니 누가 믿겠느냐"고 아픈 곳을 찔렀다. 그는 출산율 대책에 대해 "애 낳기도, 기르기도 힘든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슨 저출산을 걱정하는가"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진중권 교수는 한 좌담회에서 "진보신당이 잘 되기를 바라며, 비례대표 김순자 후보는 꼭 국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누리꾼들 사이에선 '김순자 어록'까지 회자될 정도이다.

그는 토론회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다른 당 후보들은 공약책자 등 자료를 들고 나왔지만 저는 맨몸으로 나갔어요. 그들의 정책, 공약들이 다 훌륭한데 우리의 삶은 왜 이 지경인가요. 그게 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이론이기 때문이죠."

김씨는 2003년 남편과 사별한 뒤 청소용역업체에 취직했고,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 구성에 직접 가담했다. 2006년 76일간의 천막농성을 주도한 그는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지만 당시 투쟁으로 연장근무수당 및 토ㆍ일요일 당직비 신설 등을 이끌어냈다.

청소근로자 15명의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인 그는 기자와 만난 직후 곧장 사측과 임금협상이 예정돼 있었다. 그는 "시간당 임금 1,500원 인상, 상여금 및 근속수당 신설을 요구안으로 갖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님께서 복도를 지나시다 청소하는 우리를 보고 '고생 많으시죠'라며 정감 있게 대해줄 때가 가장 보람 있다"며 "또 기회가 온다면 청소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글ㆍ사진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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