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박창섭 지음/서해문집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국내 기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직업용어 가운데 '야마'란 말이 있다. 기사의 주제나 핵심 정도로 정의되지만, 쓰임새를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현장 기자들이 기사거리를 취재해 보고하면 선배나 데스크로부터 "그 기사 야마가 뭐야?"라는 질문이 날아들고, 출고한 기사에 대해 "야마가 없다"거나 "야마가 엉성하다"는 질책을 받기 일쑤다. 저자의 말처럼 기자의 취재, 보도 활동은 '야마와의 전쟁'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년 경력의 기자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석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쓴 이 책에서 이 같은 한국 언론 특유의 '야마 관행'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온ㆍ오프라인 매체 기자 18명의 심층 인터뷰와 실제 보도 사례를 바탕으로 기자들은 야마를 어떻게 생각하며, 취재ㆍ보도 과정에서 야마를 잡을 때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 현장 기자와 데스크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 등을 심층 분석한다.
일부 국내 학자는 야마를 '프레임'과 동일시하지만, 저자는 "언론인이 특정 정치 이슈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공적 이슈를 정의하고 구성하는 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기제"(29쪽)로 본다. 결론을 담은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저자는 "야마를 조직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주목한다. 예컨대 미리 정해진 야마에 맞춰 사실을 재구성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담거나, 전체 맥락을 배제한 채 일부만을 과장해서 보여줌으로써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생한 현장성은 이 책의 강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요동치게 했던 미디어법 처리 과정과 무상 급식 논란이 매체별로 어떤 야마에 따라 재구성됐는지가 논의 중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은 그래서다. 또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제목, 지면, 단수 등이 매체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명세를 제시해 한국 사회를 미디어라는 잣대로 들여다 보는 독법을 제시한다.
야마 관행에 사로잡힌 기자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을 비판하며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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