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조개탕면, 고추비빔면, 불닭볶음면, 강호동의 팍팍, 최효종 백짬뽕, 놀부부대찌개라면... 모두 다 이번 주에 출시된 라면의 이름입니다. 연일 새 라면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라면시장은 몇 년 째 ‘신라면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이 나와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젠 볶음면, 비빔면, 부숴먹는 라면 등이 골고루 나오고 있습니다.
라면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장 자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등장한 ‘꼬꼬면’과 ‘나가사끼짬뽕’이 돌풍을 일으키기 전까지, 라면시장은 더 이상 파이가 커지지 않는 사실상의 정체 상태였죠. 신라면 독주 영향도 있었지만, 웰빙 식생활 확산에 따라 ‘라면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한몫 했지요.
하지만 팔도 꼬꼬면이 하얀 국물 바람을 일으키면서 라면업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종전(신라면 같은 빨간 국물 라면)과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에 따라 농심은 올해 무려 10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1월에 ‘후루룩 칼국수’, 이번 주 ‘고추비빔면’을 내놓은 데 이어 앞으로 8가지를 더 출시할 예정입니다. 꼬꼬면으로 재미를 본 팔도도 신라면보다 맵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놓은 ‘남자라면’이 월 600만개의 판매를 올리는 등 선전한 데 고무돼 더 많은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풀무원도 뒤늦게 하얀국물 라면인 ‘백합조개탕면’을 내놨구요. 여기에 롯데마트, 훼미리마트 등 유통업체들까지 자체 브랜드(PB) 라면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새 라면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신상품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마 몇몇 제품은 소리도 없이 몇 달 안에 사라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장은 역시 신제품이 나오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제대로 된 시장 아닐까요. ‘국민식품’이면서도 가장 정체됐던 라면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엿보입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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